督脈은 奇經八脈의 하나로서 전통적으로 任脈과 더불어 十二經脈과 동등한 중요성을 가지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독맥이 현존문헌 중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前漢 시대에 쓰여진 『黃帝內經』의 『靈樞』1)와 『素問』2)에서다. 독맥은 『영추』의 「本輸」∙「經脈」∙「營氣」∙「脈度」, 『소문』의 「痿論」∙「氣府論」∙「骨空論」에 단편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위론」, 「경맥」에서 다른 맥과의 연결 및 분지가, 「기부론」, 「본수」에서 관련 혈위가, 「맥도」에서 독맥의 길이가, 「영기」에서 대순환에서의 순서가 제시되어 있다. 독맥과 관련한 『황제내경』의 기록 중에서는 「골공론」이 가장 중요한데 독맥의 구체적인 경로, 관련된 장부∙기관 및 병증이 기록되어 있다.
현대에 들어서 독맥의 혈위를 이용한 임상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3-6) 반해 독맥 자체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독맥의 노선 및 순행의 차이에 관해 의학과 도교 내단 사이의 차이점을 논하거나7) 독맥의 순환을 주역의 괘효로 설명하려는8) 사변적 연구가 있다. 또한 독맥 소속 혈위의 해부학적 위치와 해당 부위의 신경, 혈관, 근육, 인대 등을 고찰한 연구들이 있다9-11).
이러한 독맥 혈위의 해부학적 연구 외에 독맥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독맥 경로 전체를 혈관해부학적 관점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고전문헌에 기록된 경맥이 현대 해부학의 동맥에 상응하거나 동맥과 동일하다고 간주하는 입장을 취한다. 이러한 입장은 “경맥은 동맥이다.”라고 말하는 미타니 보쿠(三谷樸, 1813)12)와 “『내경』에서 맥이라고 부르는 것과 서양의학에서 혈관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은 동일하다.”라고 하는 唐容川 (당용천, 1892)13)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이러한 관점에 입각하여 개별 경맥에 대한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연구들이 행해지고 있다. 한대 출토문헌의 경맥들이 모두 동맥이라는 해부학적 연구14), 심포경맥의 발견이 지속성 정중동맥과 관계있다는 연구15), 한대 출토문헌의 상지 부위 음경맥들이 노동맥, 자동맥, 위팔동맥, 겨드랑동맥, 위가쪽곁동맥 등에 대응한다는 연구16), 수태음폐경의 상지 부위 노선이 노동맥과 위팔동맥이라는 연구17), 머리의 수삼양경은 바깥목동맥의 분지들이라는 연구18) 등이 있다.
『황제내경』은 고대 의학의 문헌이기 때문에 부정확한 관찰과 분류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황제내경』의 해부학적 묘사는 간결하고 구체적이지 않아서 현대의 독자가 실제적인 사항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맥-동맥의 입장을 기경팔맥 연구에 적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독맥 경로에 대해 검토한 결과 상응하는 해부학적 구조를 고찰하여 다음과 같이 보고하는 바이다.
본 연구는 『素問∙骨空論 (소문∙골공론)』에 기록된 督脈 (독맥)의 경로를 현대 해부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에 상응하는 혈관 체계를 밝히기 위한 문헌 고찰 연구로 설계되었다. 주요 연구 자료로는 『황제내경』의 『소문∙골공론』을 사용하였으며, 『영추∙경맥』 등 관련된 고전문헌과 현대 해부학 문헌 및 연구 논문들을 함께 참고하였다.
연구 방법은 크게 네 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소문∙골공론』에 기술된 독맥의 경로를 문장 단위로 분석하였다. 이 과정에서 독맥의 경로를 골반 구간과 상반신 구간으로 구분하여 검토하였으며, 각 구간별로 독맥이 지나는 신체 부위와 장기들을 파악하였다. 둘째, 독맥이 지나는 각 부위에 대응하는 현대 해부학적 구조, 특히 동맥 체계를 검토하였다. 주요 동맥의 경로와 분지 패턴을 독맥의 경로와 비교 분석하였으며, 대동맥, 온엉덩동맥, 속엉덩동맥, 속음부동맥, 위볼기동맥, 온목동맥, 바깥목동맥, 얼굴동맥 등의 주요 동맥들과 독맥 경로의 연관성을 고찰하였다. 셋째, 『소문∙골공론』의 독맥 기술과 『영추∙경맥』의 관련 내용을 비교 분석하였다. 이 과정에서 원문의 일부 내용이 후대에 삽입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하였다. 넷째, 해부학적 구조의 개인 간 변이 가능성을 고려하였으며, 고대 중국인의 관찰과 현대 해부학 지식 사이의 차이점을 고려하였다. 고대 문헌의 해석과 현대 해부학적 지식의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한계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하였으며, 추후 실제 인체 해부학적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독맥을 혈관 체계와 연관 지어 해석하고 있으나, 독맥이 반드시 혈관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의하였다. 독맥이 신경 경로 등 다른 생리학적 구조나 개념을 나타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본 연구의 해석은 하나의 유력한 가설로 제시되며, 향후 다양한 관점에서의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인지하고 있다.
1) 『素問∙骨空論 (소문∙골공론)』의 督脈 經路 (독맥 경로): 독맥의 구체적인 경로는 『소문∙골공론』에 기록되어 있다. 그 내용을 인용하고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괄호 및 번호는 인용자).
① 督脈者, 起於少腹, 以下骨中央. ② 女子入繫廷孔. ③ 其孔, 溺孔之端也. ④ 其絡循陰器, ⑤ 合篡閒, ⑥ 繞篡. ⑦ 後別繞臀, ⑧ 至少陰與巨陽中絡者. (⑨ 合少陰上股內後廉, 貫脊屬腎. ⑩ 與太陽起於目內眥, 上額, 交巔上, 入絡腦, 還出, 別下項, 循肩髆內, 俠脊, 抵腰中, 入循膂, 絡腎.) ⑪ 其男子循莖, ⑫ 下至篡, 與女子等. ⑬ 其少腹直上者, ⑭ 貫齊中央, ⑮ 上貫心, ⑯ 入喉, ⑰ 上頤, ⑱ 環脣, ⑲ 上繫兩目之下中央.
① 독맥은 아랫배에서 시작해서 뼈 중앙으로 내려가는데 ② 여자는 전정(前庭)의 구멍으로 들어가서 연계된다. ③ 그 구멍은 요도구의 끝이다. ④ 그것의 분지는 외음을 따라가고 ⑤ 회음에서 합쳐져서 ⑥ 회음을 둘러싸며 ⑦ 뒤에서 갈라져 나와 둔부를 둘러싸고 ⑧ 소음경맥과 태양경맥에서 나온 분지에 도달한다. (⑨ 소음경맥과 합쳐져서 대퇴의 안쪽 후방 가장자리를 따라 올라가서 척추를 관통하여 신장에 연결된다. ⑩ 태양경맥과 함께 안쪽 눈구석에서 시작하고 이마로 올라가서 정수리 위에서 교차하고 뇌로 들어가서 연결된다. 다시 돌아나와 목덜미로 갈라져 내려오고 견갑골 안쪽 척추 옆을 따라 허리 가운데 도달해서 척추로 들어가고 척추를 따라 신장에 연결된다.) ⑪ 남자는 음경을 따라가는데 ⑫ 아래로 회음으로 가는 것은 여자와 같다. ⑬ 아랫배에서 곧게 올라가는 줄기는 ⑭ 배꼽 중앙을 통과하고 ⑮ 심장으로 올라가서 심장과 통하며 ⑯ 후두로 들어가고 ⑰ 턱으로 올라가 ⑱ 입술 주위를 둘러싸고 ⑲ 위로 올라가서 두 눈 아래 중앙에 연계한다.
「골공론」의 독맥 노선은 골반 구간(①∼⑧, ⑪, ⑫)과 상반신 구간(⑬∼⑲)으로 구분된다. 골반 구간에서 독맥은 요도, 음경, 생식기, 회음, 엉덩이에 분포하는데, 이는 현대 해부학의 속엉덩동맥(internal iliac artery, IIA) 분지 패턴과 유사하다. 상반신 구간의 독맥은 대동맥분기(aortic bifurcation, AB)에서 시작해 배대동맥(abdominal aorta, AA)을 거쳐 머리까지 이어지는 주요 동맥 경로를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들은 독맥을 인체의 주요 동맥 체계와 연관 지어 해석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골공론」의 독맥 기술과 현대 해부학의 동맥 체계를 각 구간별로 상세히 비교 분석할 것이다.
2) 골반 구간의 독맥: IIA의 분지들이 혈액을 공급하는 부위는 「골공론」의 독맥에서 언급하는 요도, 음경, 회음, 엉덩이를 모두 포함한다. IIA의 분지 패턴은 매우 다양하지만19), 최근의 분류체계를 기준으로 설명하면20) 앞줄기(anterior trunk)와 뒷줄기(posterior trunk)로 나눌 수 있다. 앞줄기는 내장가지와 벽쪽가지로 구분되며, 내장가지에는 위방광동맥, 아래방광동맥(여성: 질동맥), 중간곧창자동맥, 자궁동맥(여성) 등이 있다. 벽쪽가지로는 폐쇄동맥, 속음부동맥, 아래볼기동맥이 있다. 뒷줄기는 벽쪽가지만을 가지며, 여기에는 엉덩허리동맥, 가쪽엉치동맥, 위볼기동맥이 포함된다(Fig. 1). 독맥과 IIA의 관련성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독맥의 구체적인 경로와 비교가 필요하다.
① “起於少腹以下骨中央”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하복부에서 시작하여 뼈 중앙으로 내려간다”이고, 다른 하나는 “하복부 아래 뼈 중앙에서 시작한다”이다. 임맥의 유사한 문장 구조를 고려할 때, 전자의 해석이 더 적절해 보인다.
AB는 L3에서 L5 사이의 척추 높이에 위치하며21,22), 주로 L4 척추체의 아래쪽 1/3 지점에 있다23). 이는 성별에 관계없이 척추체 좌측면의 앞가쪽에 위치한다24). 배꼽의 척추 높이는 대부분 L4-L5 범위에 있으며25), 『내경』에서 언급하는 하복부(少腹)는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최소한 배꼽 아래의 복부로 추정된다. IIA의 기시부는 주로 L5와 S1 사이, 특히 L5/S1 추간판 높이에 위치한다26). 이 기시부는 인체의 정중면에서 29∼36 mm 떨어져 있어, 완벽한 정중선상은 아니지만 「골공론」의 ①번 기술과 대략적으로 일치한다. 여기서 언급된 “뼈”는 두덩뼈(pubis)를 가리키며, 이는 하복부에서 독맥을 찾는 해부학적 표지 역할을 한다.
②의 “廷孔 (정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바로 뒷 문장 ③에서 “요도구멍의 끝 (溺孔之端 [익공지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①∼②는 AB에서 시작해서 온엉덩동맥과 IIA의 공통줄기를 지나 요도구를 향해 연속되는 IPA의 경로를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Fig. 2).
④ “其絡循陰器 (기락순음기)”의 “陰器 (음기)”는 정공(요도구) 주변의 외부생식기(external genitalia), 즉 외음(vulva)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其 (기)”는 아랫배에서 요도구를 향해 가는 독맥의 줄기, 즉 IPA를 지칭한다. 따라서 “其絡 (기락)”은 IPA의 분지인 회음동맥(perineal artery, PA)를 의미한다(Fig. 2, 3).
IPA는 여성의 외음과 회음(perineum)에 주로 혈액을 공급하며27), 남성의 음경 심층 발기조직에도 분포한다28). 이는 「골공론」의 여러 구절들과 일치한다. 특히, IPA가 음경을 향해 가면서 도중에 PA를 낸다는 점은28) ⑪∙⑫ “남자는 음경을 따라가는데 아래로 회음으로 가는 것은 여자와 같다”는 「골공론」의 기록을 뒷받침한다(Fig. 4). 회음에서는 IPA와 다른 동맥들이 풍부한 동맥총(arterial plexus)을 형성한다29). 좌우 회음동맥은 문합을 이루어 회음의 음순/음낭 부위에 분포하며, 이는 「골공론」에서 언급된 ⑤∙⑥ “회음에서 합쳐져서 회음을 둘러싼다”는 관찰과 부합한다(Fig. 3).
⑦의 묘사는 둔부를 둘러싸는 두 주요 동맥인 위볼기동맥(superior gluteal artery, SGA)과 아래볼기동맥(inferior gluteal artery, IGA)을 지칭할 수 있다. SGA는 IIA 뒷부분에서, IGA는 IIA 앞부분에서 분지되어 각각 둔부의 위쪽과 아래쪽에 혈액을 공급한다30) (Fig. 1∼3).
『황제내경』의 경맥 서술이 항상 선형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⑦의 묘사는 두 가지로 해석 가능하다. “회음을 둘러싼 후(繞纂後, 요찬후)” 갈라져 나와 둔부를 둘러싼다고 보면, IIA의 앞줄기가 IPA로 연속되기 전에 뒤쪽으로 갈라져 나오는 IGA가 적합하다. 둘째, “뒤에서 갈라져 나와 둔부를 둘러싼다(後別繞臀, 후별요둔)”고 해석하면, IIA의 모든 분지들 중 가장 큰 SGA가 적합하다. IIA는 육안상 앞줄기와 뒷줄기로 구분되는데, 앞줄기인 IPA에 대비되어 SGA가 뒷줄기로 갈라져 나가 뒷줄기의 가장 주된 경로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⑧의 “소음경맥과 태양경맥 안에서 나온 분지에 도달한다”는 내용은 독맥이 둔부에서 각각 다른 경맥에 소속된 두 개의 분지와 연결됨을 시사한다. IGA는 SGA 및 깊은넓다리동맥의 넙다리휘돌이동맥(medial femoral circumflex artery)과 문합을 이루며31), SGA는 가쪽엉치동맥(lateral sacral artery)32), 엉덩허리동맥(iliolumbar artery)과 문합을 이루어19) IIA의 뒷줄기를 형성한다. 위치와 분류의 관점에서 ⑦과 ⑧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SGA를 지칭한다는 해석이 더 적절해 보인다. 족태양경과 족소음경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므로 최종판단은 유보한다.
⑨와 ⑩은 족소음경과 족태양경에 관한 『영추∙경맥』의 기록을 발췌해서 실은 것이다. 「골공론」 독맥의 원문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므로 독맥의 경로에 계속 포함시켜야 할지 심층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3) 상반신 구간의 독맥: 「골공론」의 ⑬∼⑮ 문장은 하복부에서 시작하여 배꼽 중앙을 통과하고 심장으로 올라가는 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이는 AA에서 시작하여 가슴대동맥(thoracic aorta)을 따라 올라가 대동맥궁(aortic arch)을 통해 심장으로 연결되는 대동맥의 주요 경로를 묘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Fig. 5).
⑯ 문장에서 언급되는 “후두로 들어가”는 경로는 대동맥궁에서 분지된 온목동맥(common carotid artery)이 바깥목동맥(external carotid artery, ECA)으로 이어져 후두 근처를 지나는 모습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ECA는 후두로 작은 분지들을 내보내는데, 이는 위갑상동맥(superior thyroid artery)의 분지인 위후두동맥(superior laryngeal artery)과 빗장밑동맥(subclavian artery)에서 나오는 아래후두동맥(inferior laryngeal artery)을 포함한다24).
ECA는 계속 상행하며, 얼굴 부위에서 중요한 두 개의 분지를 낸다. 그 중 하나인 얼굴동맥(facial artery, FA)은 얼굴 중앙부에 주로 분포한다. FA는 아래턱뼈의 아래 가장자리를 넘어 뺨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다가 입꼬리 주변에서 위입술동맥(superior labial artery)과 아래입술동맥(inferior labial artery)을 분지한다33). 이 두 동맥은 위/아래입술의 정중 부위에서 서로 문합되어 전체적으로 입술 전체를 감싸는 형태를 보인다. 이러한 해부학적 구조는 ⑰과 ⑱ 문장에서 설명되고 있다(Fig. 6).
⑲ 문장에서 언급되는 “눈 아래 중앙에 연계된다”는 표현은 두 가지 가능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FA의 눈구석동맥(angular artery)이 위턱동맥(maxillary artery)의 분지인 눈확아래동맥(infraorbital artery)과 문합하는 모습. 눈확아래동맥은 안와 내에서 눈동맥(ophthalmic artery)과 문합하고34), 눈확아래구멍(infraorbital foramen)을 통해 두개골 표면으로 나온 후 하행하여 FA와 문합한다35). 둘째, FA가 광대를 향해 가는 광대뼈분지(zygomatic branch)를 가지고 있는 경우, 이 분지가 입술에서 눈 아래 중앙을 향해 가는 모습36) (Fig. 6). 얼굴의 혈관 분포는 개인마다 변이가 다양하므로, 「골공론」의 관찰자가 어떤 해부학적 유형을 기록한 것인지 정확히 확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을 통해 「골공론」에서 설명하는 독맥의 경로가 실제 인체의 주요 동맥 분지들과 상당히 일치함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구간 「골공론」의 독맥 설명은 대동맥에서 시작하여 경부와 안면부의 주요 동맥들을 따라 이어지는 혈관 경로를 비교적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체 독맥의 경로에 대응하는 동맥 분지들은 Table 1에 정리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골공론」의 설명과 실제 해부학적 구조물 간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해 독맥에 상응하는 인체의 동맥 체계를 검토한 결과, 독맥은 크게 골반 구간과 상반신 구간으로 구별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각 구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주요 사항들을 논할 수 있다.
골반 구간의 독맥은 대동맥 분기에서 시작하여 온엉덩동맥 - 속엉덩동맥으로 이어지는 경로로 파악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속엉덩동맥의 여러 분지들 중에서 「골공론」이 속음부동맥과 위볼기동맥만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골공론」의 관찰자가 앞/뒤줄기에서 각각의 주간경로가 되는 가장 현저한 분지만을 선택적으로 기술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해부학적으로 온전한 형태의 독맥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골공론」에서 미처 묘사되지 못한 나머지 분지들도 포함시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속엉덩동맥의 다른 주요 분지인 아래방광동맥, 중간곧창자동맥, 질동맥, 자궁동맥 등도 독맥의 일부로 고려해볼 수 있다. 이는 향후 독맥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이해를 위해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될 수 있다.
“정공”에 대한 설명은 약간의 문제의 소지가 있다. 우선 본문에서 여성의 “정공”에 대응하는 남성의 기관으로 제시되는 것은 “莖 (경)” 즉 음경이고, 이것에 대응하는 여성 기관으로는 바깥요도구멍(external urethral opening)보다 크고 현저한 질이 적합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부학적으로 남성의 음경과 여성의 요도는 동일한 동맥, 즉 IPA로부터 혈액공급을 받기 때문에 ③의 설명이 옳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공의 “정”은 문자적으로 庭院 (정원, 안뜰, courtyard)을 의미하고 서양 해부학의 vestibule (前庭; 라틴 vestibulum)과 어원학적으로37) 유사하다. 이는 음부의 안뜰 혹은 전정에 나 있는 구멍이므로 역시 요도구가 옳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학적, 해부학적 고찰을 통해 “정공”이 요도구를 지칭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원문 중 독맥의 원래 경로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문장들(⑨와 ⑩)은 「경맥」에서 가져온 것이다. 해당 족소음신경과 족태양방광경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강조는 인용자).
⑭ 腎足少陰之脈, 起於小趾之下, 邪走足心, 出於然谷之下, 循內踝之後, 別入跟中, 以上踹內, 出膕內廉, 上股內後廉, 貫脊, 屬腎, 絡膀胱. 其直者, 從腎上貫肝膈, 入肺中, 循喉嚨, 挾舌本. 其支者, 從肺出絡心, 注胸中.
⑮ 膀胱足太陽之脈, 起於目內眥, 上額, 交巔. 其支者, 從巔至耳上角. 其直者. 從巔入絡腦, 還出, 別下項, 循肩髆內, 挾脊, 抵腰中, 入循膂, 絡腎, 屬膀胱. 其支者, 從腰中下挾脊, 貫臀, 入膕中. 其支者, 從髆內左右, 別下, 貫胛, 挾脊內, 過髀樞, 循髀外, 從後廉, 下合膕中, 以下貫踹內, 出外踝之後, 循京骨, 至小趾外側.
족소음경의 내용은 완전히 일치하고 족태양경의 경우 네 글자(合; 上; 與; 俠)를 제외하고 같다. “上”은 상응하는 구절을 축약하기 위해 넣은 것으로 보이고 “俠”은 “挾”의 通假字이므로 의미는 같다. 이 문장들은 후대의 삽입 가능성을 고려하여 삭제를 검토해볼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추론 과정을 통해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문맥의 불일치: ①부터 ⑦ (유보적으로 ⑧까지)까지는 골반 구간의 독맥 경로를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위치가 떨어져 있는 족소음의 대퇴 내측 후면 가장자리와 족태양의 내측 안검결합을 말하고 있는 것은 문맥에 맞지 않는다. 둘째, 『소문』의 서지학적 문제: 『소문』은 서지학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38-40), 특히 본문 안에서 마치 본문의 내용처럼 등장하는 해설을 “正文訓詁 (정문훈고)”라고 한다. 「골공론」의 임∙독∙충맥 부분 역시 정문훈고와 같이 『소문』의 원문이 아닐 가능성이 제기되었다41). 셋째, 역사적 과정 추측: 중국의 목판 인쇄술은 8세기 唐代에 가서야 등장한다42). 그 이전의 시기에는 문헌의 전파는 대부분 필사의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골공론」을 필사한 어떤 사람이 학습과정에서 참고하기 위해 혹은 해설의 목적으로 이 부분을 삽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된 역사적 과정을 추측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누군가 ⑧번 문장에 나오는 소음경맥과 태양경맥의 노선을 참고하기 위해 관련된 『영추∙경맥』의 내용을 요약하여 넣었다. 필사한 당시에는 「골공론」 본문과 구별하기 위해 글자체나 글자 크기 혹은 색깔을 다르게 하여 옮겨 적었을 것이다. 2단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필사되면서 더 이상 이 구별이 사라지게 되었고 이것이 특정 시점에서 「골공론」의 원래 내용처럼 확정되어 버렸다. 3단계: 독맥의 원래 경로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기 위해 누군가 “合”과 “與”의 글자를 추가하였다. 이러한 추론 과정을 통해 ⑨와 ⑩은 원래 독맥에 속한 경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이는 독맥의 본질적 경로를 더욱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상반신 구간의 독맥은 대동맥 분기에서 시작하여 심장으로 들어가는 대동맥, 그리고 대동맥궁에서 온목동맥과 바깥목동맥을 거쳐 얼굴동맥까지 이어지는 경로로 파악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독맥이 임맥∙충맥과 경로의 상당 부분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특히 복부에서 인후에 이르는 경로가 동일한데, 이는 해부학적으로 대략 대동맥에서 온목동맥까지의 분지를 제외한 주경로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로의 공유에 대해 王冰(왕빙)은 “하나의 원천이지만 세 갈래(一源而三歧)” 또는 “이름은 다르지만 한 몸(名異而同體)”이라고 표현하였다. 왜 이렇게 세 맥이 경로를 공유하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머리 부위에서 독맥의 경로가 수양명대장경 및 족양명위경과 많은 부분 일치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경맥 체계 내에서 독맥의 위치와 역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한계점으로는 실물 인체를 통한 직접적인 관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골공론」에서 묘사된 혈관 분포는 대략적인 스케치에 가까워, 상세한 경로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충분한 수의 인체 표본을 관찰한 결과인지도 불명확하다. 따라서 현대 해부학을 통해 더욱 상세한 혈관 분포와 경로, 개인 간의 변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기경팔맥 중 하나인 독맥이 가상의 회로가 아닌, 관찰 가능한 실존하는 동맥체계라는 점을 일부 해명하였다. 이는 향후 기경팔맥의 실체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연구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경맥」에 등장하는 독맥의 別脈 (별맥)에 대한 연구와 『難經 (난경)』의 경로와의 차이점 분석 등이 추가로 이루어진다면, 독맥에 대한 더욱 포괄적인 이해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를 통해 독맥이 실제 인체의 동맥 체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맥은 크게 골반 구간과 상반신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은 현대 해부학적 지식으로 설명 가능한 실제 동맥 경로와 상응한다.
1. 골반 구간의 독맥은 대동맥 분기에서 시작하여 온엉덩동맥과 속엉덩동맥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른다. 「골공론」에서 묘사된 이 구간의 경로는 주요 동맥 분지들, 특히 속음부동맥과 위볼기동맥의 실제 해부학적 위치와 부합한다.
2. 상반신 구간의 독맥은 대동맥에서 시작하여 온목동맥, 바깥목동맥을 거쳐 얼굴동맥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보여준다.
이러한 발견은 고대 중국 의학의 경맥 이론이 실제 인체 구조에 대한 관찰에 기반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12경맥의 실체을 밝히려는 수많은 연구가 있었던 데 비해 기경팔맥은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경맥에 이어 기경 또한 가상의 회로나 채널이 아닌, 관찰가능한 실존하는 동맥체계라는 관점에서 본 연구가 앞으로 기경팔맥의 실체에 대한 연구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사료된다.
None.
None.
The authors can provide upon reasonable request.
저자는 아무런 이해 상충이 없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