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은 한의 진료에서 독특하게 수행하는 진단으로, 환자에게 발현되는 다양한 임상 정보를 종합하여 환자를 유사한 패턴을 가진 유형으로 분류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증상에서 치료 계획 결정까지의 과정을 매개하는 중간 단계에 해당하며1), 적절하게 변증이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치료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중요성이 크다2,3). 환자가 호소하는 구체적인 증상의 발현 양상 및 다양한 동반 증상을 종합하여 변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변증을 위한 설문 도구들이 증상을 기반으로 점수화하는 방식으로 개발되었으며4,5), 최근에는 증상을 변수로 기계 학습을 적용하여 변증을 분류하는 방식이 제안되기도 하였다6,7).
일부 증상들은 다른 증상에 비하여 변증 유형을 구분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하는 핵심 증상이 된다. 증상의 상대적인 중요도는 변증 설문도구의 계산식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산출한 가중치 값으로 표현되거나 기계 학습을 적용한 변증 예측 모델에서 추출된 가중치 값으로 수치화되기도 했다8). 한 명의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를 모델로 하여 수행된 시뮬레이션 연구에서도 변증 유형에 따라 중요하게 활용한 임상 정보를 밝힌 바 있는데, 이는 한의사마다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특정 변증으로 판단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인식하는 증상이 있고, 이에 따라 변증과 치료 계획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9). 다만, 해당 연구는 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되었으며, 서로 다른 변증 유형을 포함한 여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핵심 증상과 이에 따른 선혈 패턴을 탐색한 연구는 아직 없다.
침 치료의 효과는 침의 깊이, 자극의 양과 같은 물리적인 요인뿐만 아니라10), 특정 증상이나 질환에 어떤 경혈을 선택했는지와 같은 경혈의 주치 특이적 요인에 의해서도 달라질 수 있다11). 증상이나 질환에 따라 선택되는 경혈의 패턴을 밝히기 위해 침구경험방이나 동의보감과 같은 문헌 자료12,13), 또는 임상 연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연구들이 수행되었다14,15). 선혈의 원리에는 여러 종류의 질환이나 증후군에 공통적으로 선혈되는 특성인 ‘공통성(commonality)’과, 특정 질환이나 증상에 특이적으로 선혈되는 특성인 ‘특이성(specificity)’의 두 가지 특성이 모두 관찰된다16). 예를 들어, 코크란 라이브러리에 포함된 임상연구를 기반으로 분석된 결과에 따르면 족삼리, 합곡, 태충과 같은 주요 경혈들은 대부분의 통증 질환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반면, 풍지와 백회, 삼음교와 관원과 같은 경혈은 각각 편두통과 월경통에 더욱 특이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14). 그러나 이전의 연구들은 대부분 질환에 따른 선혈의 패턴을 밝히고 있고, 하나의 질환 내에서 변증 유형에 따른 선혈의 패턴을 밝힌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는 기능성 소화불량을 대상으로 변증 유형별 중요한 증상 정보와 선혈 패턴을 확인하고자 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기질적 원인이나 전신적 질환 없이 상복부 통증, 상복부 속쓰림 등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한의 표준 임상 진료지침에 의하면 비위허약, 비허기체, 간위불화, 음식정체 등의 변증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한약 치료의 경우,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른 처방의 종류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반면에, 침구치료의 경우에는 유형에 따른 치료 경혈이 매우 제한적으로 제시되고 있다17). 본 연구에서는 한의원에 방문한 다양한 변증 유형의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의 정보를 수집하여, 모의진료 방식을 통해 한의사들이 환자들을 변증할 때 어떤 증상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파악하고, 한의사가 판단한 변증 유형에 따라 침 치료를 위한 선혈 패턴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밝히고자 한다.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의 변증에 따른 경혈의 선혈 패턴과 주요 증상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한의원을 방문한 실제 환자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의사들에게 모의진료를 수행하게 하였다. 환자 정보는 15개 한의원이 참여한 관찰 연구를 통해 수집되었으며18), 본 연구를 수행한 때를 기준으로 수집된 63명의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 케이스 중에서 21개의 케이스를 선정하였다. 21개의 케이스 선정은 각 환자마다 작성된 기능성소화불량 변증도구(standard tool for pattern identification of functional dyspepsia: STPI-FD)를 통해 계산된 변증 결과를 기준으로 비위허약형, 비허기체 및 간위불화형, 그리고 음식정체형의 세 가지 유형의 비율이 동일하게 포함되도록, 변증 유형별로 7개의 케이스를 선정하였다. 선정된 21개의 케이스에 대한 환자의 인구학적 정보 (나이, 성별, 키, 몸무게, 학력, 결혼 유무), 현병력(발병일, 가족력, 동반질환), STPI-FD의 설문 정보를 일정한 양식에 따라 가공하였다. STPI-FD는 기능성소화불량 변증의 표준화를 위해 개발된 설문 도구로 위장관 증상부터 전신적 증상에 이르는 36개의 증상 문항에 대해 발생 빈도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어19), 이를 보고 한의사들이 각 환자의 증상 정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본 연구는 경희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수행되었으며(KHSIRB-22-074RA), 연구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에게 서면 동의를 받았다.
한의사 일반의 3명(평균 연령 32세, 평균 임상경력 6.3년)을 모집하여 21명의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 케이스 각각에 대해 모의진료를 수행하게 하였다. 한의사는 먼저 주어진 환자의 정보를 보고 세 가지 변증 유형(비위허약, 비허기체/간위불화, 음식정체) 중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유형 한 가지로 진단하고, 해당 환자를 변증하는데 중요하게 활용한 임상 정보 5개를 STPI-FD 설문 문항 중에서 선택했다. 이때 비허기체와 간위불화형은 모두 기체증에 해당하는 유형으로, 사전 연구에서 비위허약, 담음/음식정체, 간울기체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석된 것을 고려하여9), 하나의 유형으로 통합하였다. 변증을 한 이후에 해당 환자에게 침 치료 시 사용할 경혈을 기능성 소화불량 다빈도 경혈 목록(Supplementary data 1)에서 4∼6개를 고르도록 했다. 다빈도 경혈 목록은 기능성 소화불량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사용된 경혈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출하였다20). 이상의 과정을 21명의 환자 케이스를 대상으로 각각 수행하였다(Fig. 1). 모의진료 수행 중에는 다양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본 연구에 참여한 다른 한의사와는 상의할 수 없도록 했다.
변증별 주요 증상을 파악하기 위해 세 가지 변증 유형별로 각 STPI-FD 문항이 모의진료 시 중요하게 활용된 5가지 주요 문항 중 하나로 선택된 빈도를 비율로 계산하였다. 비율은 한 번 이상 선택된 모든 문항에 대하여, 각 문항이 특정 변증 유형에서 선택된 빈도를 해당 변증 유형의 전체 수로 나누어 계산하였다. 변증별로 선택된 비율이 20% 이상인 문항을 먼저 추출하고, 그 중 세 가지 변증 유형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문항과, 특정 변증에서만 나타나는 특이적인 문항을 확인하고자 했다. 변증 유형별로 각 문항이 선택된 비율은 MATLAB 프로그램 (MATLAB R2020a, https://www.mathworks.com)을 이용하여 히트맵으로 시각화 하였다. 각 문항은 환자가 호소하는 임상적인 증상을 나타내므로, 이를 통해 모든 변증 유형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활용된 증상과 특정 변증에서만 중요하게 활용된 증상을 파악하고자 했다.
변증별 선혈 패턴을 탐색하기 위해 세 가지의 변증 유형마다 각 경혈이 선택된 빈도를 STPI-FD 문항의 선택 비율과 동일한 방법으로 계산하고 히트맵으로 시각화하였다. 또한 공통적 및 특이적으로 선혈되는 경혈의 부위적인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변증 유형별로 20% 이상 사용된 경혈들을 추출하고, 그 중 세 가지 유형에 공통적으로 선혈된 경혈과, 특정 변증 유형에서만 특이적으로 선혈된 경혈을 파악하여 해당 경혈의 선혈 비율을 ‘3D Meridian Map’의 형태로 체표 상에서의 위치와 함께 표시하였다.
21명의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에 대한 변증 진단, 변증에 활용된 중요 증상 및 선택된 경혈 정보가 포함된 3개의 모의진료 데이터가 수집되었다. 각 환자의 변증 유형을 STPI-FD 계산 방식에 따라 분류된 결과와 한의사 3명에 의해 진단된 결과로 제시하였다(Table 1). STPI-FD 계산 방식에 따라 분류된 기준에 따르면 환자분포는 비위허약형(Pattern1) 7명(33.3%), 비허기체 및 간위불화형(Pattern2) 7명(33.3%), 그리고 음식정체형(Pattern3) 7명(33.3%)이다. 한의사 3명이 각자 진단한 변증을 기준으로 변증 유형의 분포를 살펴보면, 비위허약형(Pattern1), 비허기체/간위불화형(Pattern2), 음식정체형(Pattern3)으로 진단된 경우는 각각 28개(44%), 25개(40%), 10개(16%)였다.
모의진료 시 변증 진단에 중요하게 활용한 증상 정보를 STPI- FD 문항으로 수집하여, 변증 유형별로 각각의 문항이 중요 정보로 선택된 비율을 계산하였다(Fig. 2). 36개의 문항 중 변증 유형별로 20% 이상 선택된 문항 정보는 비위허약형(Pattern1)에는 문항17 (n=21, 75%), 문항13 (n=18, 64%), 문항26 (n=17, 61%), 문항29 (n=8, 29%), 문항4 (n=7, 25%), 문항8, 문항10, 문항23, 문항24 (n=6, 21%)이 선택되었고, 비허기체/간위불화형(Pattern2)에는 문항13 (n=15, 60%), 문항17 (n=14, 56%), 문항8 (n=10, 40%), 문항4 (n=9, 36%), 문항26 (n=7, 28%), 문항1과 문항6 (n=6, 24%), 문항10과 문항14 (n=5, 20%)이 선택되었고, 음식정체형(Pattern3)에는 문항13 (n=7, 70%), 문항17 (n=5, 50%), 문항26과 문항33 (n=4, 40%), 문항1, 문항8, 문항20 (n=3, 30%), 문항4, 문항6, 문항14, 문항19, 문항29, 문항20 (n=2, 20%)이 선택되었다. 문항 번호별로 해당하는 증상은 개발된 설문지의 순서와 동일하다(Supplementary data 2).
다양한 증상 문항 중 “속이 메슥거리거나 토할 때가 있다(문항13)”, “식사량이 적고 조금만 먹어도 쉽게 배가 부르다(문항17)”, “정신이 피곤하고 온몸에 힘이 없다(문항26)”, “윗배가 체한 듯이 더부룩하게 아프고 누르면 통증이 심해진다(문항4)”, “가슴이 답답하다(문항8)”의 증상은 세 변증에서 모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증상이었다. 반면, 비위허약형(Pattern1)에서는 특히 “한숨을 잘 쉰다(문항23)”와 “얼굴에 윤기나 핏기가 없다(문항24)”의 증상이, 음식정체형(Pattern3)에서는 특히 “식욕이 없으면서 식사 후 갑갑함이 심해진다(문항19)”, “트림이 자주 나온다(문항20)”, “사지가 나른하면서 손발이 차갑다(문항30)”, “대변이 무르다(문항33)”의 증상이 해당 변증으로 진단하는데 중요하다고 여겨졌다(Fig. 2).
모의진료에서 선택되었던 모든 경혈에 대해 변증 유형별로 해당 경혈이 선혈된 비율을 계산하였다. 그 중 20% 이상 선택된 경혈을 살펴보면, 비위허약형(Pattern1)에는 태충(LR3, n=27, 96%), 합곡(LI4, n=25, 89%), 중완(CV12, n=23, 82%), 족삼리(ST36, n=14, 50%), 하완(CV10, n=11, 39%), 기해(CV6, n=11, 39%), 관원(CV4, n=7, 25%)이 선택되었고, 비허기체/간위불화형(Pattern2)에는 태충(LR3, n=19, 76%), 합곡(LI4, n=19, 76%), 중완(CV12, n=16, 64%), 하완(CV10, n=16, 64%), 단중(CV17, n=13, 52%), 비수(BL20, n=9, 36%), 족삼리(ST36, n=8, 32%), 내관(PC6, n=8, 32%), 위수(BL21, n=8, 32%), 간수(BL18, n=5, 20%), 백회(GV20, n=5, 20%)가 선택되었고, 음식정체형(Pattern3)에는 합곡(LI4, n=10, 100%), 태충(LR3, n=9, 90%), 중완(CV12, n=9, 90%), 하완(CV10, n=7, 70%), 족삼리(ST36, n=5, 50%), 비수(BL20, n=3, 30%), 내관(PC6, n=3, 30%), 위수(BL21, n=3, 30%)가 선택되었다(Fig. 3).
세 가지 변증에 공통적으로 빈번하게 선혈된 경혈은 태충(LR3), 합곡(LI4), 중완(CV12), 하완(CV10), 족삼리(ST36)였으며, 변증 유형별로 특이적으로 선택된 경혈은 비위허약형(Pattern1)에는 기해(CV6)와 관원(CV4)이, 비허기체/간위불화형(Pattern2)에는 간수(BL18), 단중(CV17), 백회(GV20)가 선택되었으며, 비수(BL20), 내관(PC6), 위수(BL21)는 비허기체/간위불화형(Pattern2)와 음식정체형(Pattern3)에서 모두 선택되었다. 경혈의 위치적인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빈번하게 선혈된 경혈을 선혈 빈도와 함께 체표상의 점으로 표시하였다(Fig. 4).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의 임상 정보를 이용하여 기능성 소화불량의 변증 유형별 중요한 증상 정보와 선혈 패턴을 확인하였다. 기능성 소화불량을 비위허약, 비허기체/간위불화, 음식정체 유형으로 변증할 때 활용하는 핵심 증상과 침 치료 시 자주 선택되는 경혈을 밝히고, 이를 세 가지 변증 유형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항목과 유형별로 차별적으로 나타나는 항목으로 파악하였다.
기능성 소화불량의 다양한 증상 중에서 상복부와 흉협부의 아프거나 답답한 증상, 식사량의 감소, 오심 및 구토, 전신적으로 힘이 없는 증상은 변증을 하는데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활용되는 증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중요하게 활용했던 증상은 비위허약형의 경우 한숨, 안색, 그리고 식사량 감소와 관련된 증상이, 비허기체/간위불화형의 경우 가슴이 답답한 증상, 그리고 음식정체형에서는 낮은 식욕, 트림, 손발의 차가움, 무른 대변이 꼽혔다. 공통적으로 중요한 증상들은 기능성 소화불량 변증 도구에서 비교적 높은 가중치 값을 가진 문항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유형별로 중요한 증상들은 변증 도구 개발 시 변증 유형과의 높은 상관성이 보고된 문항과도 겹쳤다. 예를 들어 식사량의 감소와 관련된 증상은 비위허약 유형에서, 흉협부의 답답한 증상은 간위불화 유형에서 높은 상관성을 갖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9). 또한,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된 시뮬레이션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인 바 있는데, 비위허약형으로 진단된 경우는 시진과 식사량과 관계된 증상이, 간울기체형은 스트레스와 가슴 답답함이, 음식정체형은 오심과 트림이 주요 임상 정보로 확인되었다9). 이러한 결과는 같은 질환 내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증상들의 패턴에 따라 변증 유형이 구분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드러낸 것이며, 기존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본 연구에서 태충, 합곡, 중완, 하완, 족삼리 경혈이 다양한 유형의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들에게 침 치료를 위해 공통적으로 선택되었다. 이 경혈들은 다양한 질환에 다빈도로 활용되는 주요한 경혈들이기도 하면서21), 기능성 소화불량의 임상연구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는 경혈로20,22), 대부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 제안하고 있는 경혈에도 포함된다17). 특히, 변증별로는 비위허약형에는 특히 기해와 관원과 같이 하복부에 위치한 임맥의 경혈이 자주 선혈되었는데, 이러한 경혈들은 주로 허증에 뜸 치료의 형태로 많이 활용되며23) 중완, 하완 부위에 뜸 자극과 위장계통 증상 개선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24,25). 비허기체/간위불화형과 음식정체형에는 내관, 비수 그리고 위수가, 그 중에서 비허기체/ 간위불화형에는 추가로 간수, 단중, 백회가 자주 선혈되었다. 단중은 흉부의 정가운데에 위치한 경혈로 가슴이 답답한 증상과 부위적으로 유사하며, 단중혈에 침 치료는 자율신경계를 조절하여 임상적으로는 화병이나 스트레스와 관계될 수 있다26). 이 같은 결과는 사전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유형별 선혈과 대체로 유사하며9), 변증 유형에 따라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경혈과 차별적으로 사용되는 경혈이 있음을 보여준다.
선혈의 패턴 중에는 부위적 특성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는데, 특히 기능성 위장장애에서 상부 위장관 증상에 사용되는 경혈이 인체 상부에 분포하고, 그리고 하부 위장관 증상에 사용되는 경혈이 인체 하부에 분포하는 선혈 패턴이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시각화 되었다20). 본 연구에서는 세 가지 변증 유형에 공통적으로 복부에 위치한 상완과 하완이 선혈되었으나, 변증별 선혈 패턴에서는 부위적 속성이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다만, 허증에 속하는 비위허약형에 뜸 치료를 주로 하는 하복부의 경혈들이, 스트레스와 관련된 비허기체/간위불화형에는 가슴, 머리 부위의 경혈이 더 많이 선택된 것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의 강점으로는 변증에 핵심 증상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변증 유형의 실제 환자데이터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현재 개발된 변증을 위한 많은 설문 도구가 전문가 견해를 기반으로 하는 델파이 기법을 적용하여 개발되었다27,28). 이러한 방식은 전문가의 지식에 기반한 것으로 실제 환자를 보면서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실제 환자에게서 얻어진 임상정보를 한의사들이 검토하면서 케이스별로 변증에 중요한 정보를 기록하였다. 따라서 실제 임상에서 관찰되는 환자의 상태나 수행되는 변증의 과정이 보다 더 잘 반영되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변증을 하는데 핵심적인 정보를 변증 유형별로 각각 밝혔다. 실제 진료가 이루어지는 동안 의사는 효율적인 진단을 위해 환자의 모든 증상을 다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일부 증상들을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임상 정보에는 증상의 내용뿐만 아니라 증상의 경중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어서, 일부 증상은 그 증상이 심하지 않다는 사실이 유형을 구분하는데 핵심이 되기도 한다29). 변증 유형별로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파악하는 것은 해당 유형을 잘 이해하고 변증 진단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본 연구의 한계점은 첫째로, 모의진료 방식을 활용했기 때문에 한의사들이 변증을 수행할 때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변증을 수행할 때는 망문문절의 사진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나, 서면의 모의 진료 방식을 이용했기 때문에 문서화된 형태의 증상 정보만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변증 연구에서 환자를 대면하지 않는 모의진료 방식을 통해서도 임상적 통찰을 보여준 사례가 있으며8,30), 많은 수의 설문 도구가 문서화된 형태로 개발되어 그 유효성과 타당성을 입증하였기에, 본 연구에서도 유의한 수준의 변증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둘째로, 기능성 소화불량의 변증 유형을 세 가지 유형으로 제한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수집된 임상 데이터에서 환자 정보를 추출할 때 동일한 비율로 가장 많은 유형을 포함하기 위하여 선택한 유형들로, 추후에는 더 많은 수의 환자 데이터 수집을 통해 보다 다양한 유형의 환자군을 포함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셋째로, 동일한 환자에 대해 한의사마다 변증 진단이 달랐다. 변증 과정에서 의사들 간의 낮은 일치도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되어왔는데31),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의사 간의 경험의 차이일 수 있으며, 특히 본 연구에서는 첫 번째 한계점에서 언급하였듯이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오직 설문지를 통하여 변증을 했기 때문에, 변증에 중요한 내재적 정보가 제한되었다는 점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8). 다만, 본 연구의 목적은 한의사가 변증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증상 정보가 중요하게 작용했는지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선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고자 한 것으로, 동일한 임상 정보가 주어지더라도 관점에 따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증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변증 유형 분류 설문과 한의사의 변증 유형 분류의 일치 유무, 그리고 한의사 내에서 변증 유형 분류 일치도에 대한 연구는 실제 동일한 환자를 대면하는 방식으로 추후 별도의 연구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한의사들이 선혈한 경혈을 세 가지의 변증 유형에 따라 구분하여 유형별 다빈도의 경혈을 제시하였으나, 실제 선혈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변증, 증상 및 질환을 동시에 고려한다32). 또한, 한의사간의 변증 진단의 결과의 일치도가 높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다른 변증 도구나 진단 방식을 사용했다면 다른 선혈 패턴이 관찰되었을 수 있다. 따라서 이후 연구에서는 선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을 다각적으로 고려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의 세 가지 변증 유형에서 공통적으로 중요시되는 증상과 선혈 되는 경혈, 그리고 변증 유형별로 독특하게 중요시되는 증상과 선혈 되는 경혈을 확인하였다. 이는 한의진료에서 동일한 질환에 대해 침 치료와 관련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때 공통적 요인과 특이적 요인이 동시에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연구 방법을 통해 변증 진단을 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 증상을 추출하고 침 치료 시 활용할 수 있는 경혈을 제안할 수 있으며, 이는 한의사의 변증 진단 및 처방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We sincerely appreciate the contributions of the Korean Medical doctors who participated in this study. They are Seunguk Kweon (Kyung Hee GJ Korean Medical Clinic), Tae Hyeong Kim (Kyung Hee GJ Korean Medical Clinic), and Min-Ji Park.
This research is supported by the Graduate School Innovation office, Kyung Hee University (GS-5-JO-NON- NRFBK21).
The authors can provide upon reasonable request.
저자들은 아무런 이해 상충이 없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