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東醫寶鑑)』은 조선 중기의 어의(御醫)인 허준이 선조의 명을 받아 편찬을 시작하고 광해군 때 완성하여 간행한 종합 의방서(醫方書)로, 『황제내경』, 『상한론』, 『신농본초경』, 『침구갑을경』, 『동인수혈침구도경』, 『침구자생경』, 『의학입문』 등 다양한 의서들을 참조하여 편찬된 서적이다. 『동의보감』은 「내경편(內景篇)」, 「외형편(外形篇)」, 「잡병편(雜病篇)」, 「탕액편(湯液篇)」, 「침구편(鍼灸篇)」 다섯 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그중 「침구편」은 구침제법(九鍼制法), 연침법(鍊鍼法), 화침법(火鍼法), 점혈법(點穴法), 침보사법(鍼補瀉法) 등 침술과 관련된 종합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십이경맥의 유주와 수혈의 위치, 취혈법, 침구 시술법 등 경락∙경혈과 관련된 내용 또한 정리되어 있다1).
『동의보감』은 기존의 서적을 단순히 취합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의학 지식 중 중요하고 실질적인 것을 선택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수록하였고, 목차를 통해 원하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어떠한 의서를 인용하였는가를 상세히 밝혀서 원저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동의보감』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2).
침술은 신체에 물리적 자극을 가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기에, 장기손상, 출혈, 감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3). 옛 의가들도 이러한 사항을 잘 알고 있기에 자침할 때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경혈들을 금침혈(禁鍼穴)로 규정하였고, 의서를 편찬할 때 시술 시 주의사항과 발생 가능한 부작용 등을 함께 기술(記述)한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4). 금침혈의 ‘금(禁)’은 ‘금지하다’의 뜻도 있지만 ‘삼가다’라는 뜻도 있고, 고전 문헌에서 금침혈에 자침한 근거를 찾을 수 있으며, 다수의 금침혈이 임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경혈이기에, 금침혈은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으로 인해 자침 시 주의해야 하는 경혈로 간주한다4). 어의였던 허준도 침 시술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침구편」에 금침혈 및 관련 내용을 수록하였고, 인용한 서적도 기재하였다. 하지만 『동의보감』에 어떠한 경혈이 금침혈로 규정되어 있는가, 어떠한 문헌을 근거로 작성하였는가, 그리고 인용이 정확한가에 대한 연구가 발표된 바가 없다.
이에 저자들은 동의보감에 기재된 금침혈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한 후 출전으로 표기된 『침구갑을경(鍼灸甲乙經)』, 『동인수혈침구도경(銅人腧穴鍼灸圖經)』, 『침구자생경(鍼灸資生經)』, 『의학입문(醫學入門)』, 『의학강목(醫學綱目)』과 『동의보감』에 기재된 내용을 비교함으로써 출전의 정확성 및 그 의의를 파악하고자 한다.
『동의보감』은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지만, 학계에서 인정하는 정본(定本)은 아직 확립되지 않는 실정이다5). 저자들은 일반적으로 널리 보급된 남산당(南山堂) 출판 서적을 연구에 사용하였는데6), 이 서적은 갑술완영중간본(甲戌完營重刊本)의 영인본(影印本)이긴 하지만 출판사에서 일부 글자를 임의로 수정하였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에 저자들은 남산당 출판 『동의보감』에 기재된 금침혈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하고,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동의보감∙침구편」과 대조하여 같은 내용임을 확인한 후 연구를 진행하였다.
「동의보감∙침구편」에는 ‘수태음폐경좌우범이십이혈(手太陰肺經左右凡二十二穴)’, ‘수양명대장경좌우범사십혈(手陽明大腸經左右凡四十穴)’, ‘족양명위경좌우범구십혈(足陽明胃經左右凡九十穴)’, ‘족태음비경좌우범사십이혈(足太陰脾經左右凡四十二穴)’, ‘수소음심경좌우범일십팔혈(手少陰心經左右凡一十八穴)’, ‘수태양소장경좌우범삼십팔혈(手太陽小腸經左右凡三十八穴)’, ‘족태양방광경좌우범일백이십육혈(足太陽膀胱經左右凡一百二十六穴)’, ‘족소음신경좌우범오십사혈(足少陰腎經左右凡五十四穴)’, ‘수궐음심포경좌우범일십팔혈(手厥陰心包經左右凡一十八穴)’, ‘수소양삼초경좌우범사십육혈(手少陽三焦經左右凡四十六穴)’, ‘족소양담경좌우범구십혈(足少陽膽經左右凡九十穴)’, ‘족궐음간경좌우범이십육혈(足厥陰肝經左右凡二十六穴)’, ‘독맥유주급공혈(督脈流注及孔穴)’, ‘임맥유주급공혈(任脈流注及孔穴)’에 경혈의 이름, 위치, 특성, 침구시술법 등이 정리되어 있는데, 경혈별로 기재된 내용을 확인하여 자침을 금지하거나 자침 시 주의사항이 기재되어있는 경혈을 금침혈로 분류하였고, 그 내용과 출전이 정확한지 확인하였다. 만일 출전으로 표기된 서적에 해당 경혈이 금침혈로 기재되지 않은 경우, 경혈의 위치, 특징, 침구시술법 등이 기재되어있는 『침구갑을경』의 ‘권지삼(卷之三)’7), 『동인수혈침구도경』8), 『의학입문』의 ‘경혈기상(經穴起上)’9) 등과 비교함으로써 정확한 출전을 예측하였다.
또한 「침구편」에는 위에 열거한 부분 외에 금침혈의 경혈명을 나열한 ‘금침혈’ 장(章)이 존재하는데, 출전이 『의학입문』으로 되어있다. 이렇게 금침혈을 별도로 정리하는 편집 양식은 『침구갑을경』, 『천금요방』, 『의학입문』 등 『동의보감』에서 인용한 다양한 의서에 나타난다. 『동의보감』 ‘금침혈’에 기재된 혈명을 「의학입문∙금침혈」과 비교함으로써 출전이 정확한가를 확인하고, 『의학입문』에 기재되지 않은 경혈은 금침혈 관련 내용이 기재되어있고, 『동의보감』에 자주 인용된 당(唐)∙송(宋) 시기의 대표적인 침구 관련 서적인 「침구갑을경∙침구금기(鍼灸禁忌)」10), 「천금요방∙침구금기법(鍼灸禁忌法)」11,12), 『동인수혈침구도경』8)에 기재된 내용과 비교함으로써 어느 서적을 참고하였는가를 확인하였다.
「동의보감∙침구편」에 금침혈에 대한 기록은 두 부분에 존재하는데, 첫 번째는 ‘수태음폐경좌우범이십이혈’부터 ‘임맥유주급공혈’까지 십이경맥과 임독맥 경혈에 대해 설명된 부분이고, 두 번째는 별도로 정리된 ‘금침혈’ 단락이다. 먼저 ‘수태음폐경좌우범이십이혈’과 ‘임맥유주급공혈’ 사이에서 금침혈로 언급된 경혈을 조사한 결과, 합곡(LI4), 오리(LI13), 비노(LI14), 기충(ST30), 천추(ST25), 결분(ST12), 승읍(ST1), 삼음교(SP6), 기문(SP11), 청령(HT2), 승근(BL56), 옥침(BL9), 낙각(BL8), 횡골(KI11), 삼양락(TE8), 노식(TE19), 각손(TE20), 견정(GB21), 상관(GB3), 신정(GV24), 신회(GV22), 뇌호(GV17), 신도(GV11), 영대(GV10), 단중(CV17), 구미(CV15), 수분(CV9), 신궐(CV8), 석문(CV5) 29개의 금침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금침혈들은 관련 내용에 대한 출전이 기재되어있는데, 한 서적만 기재된 경혈은 27개, 두 서적이 기재된 경혈은 1개(수오리), 세 서적이 기재된 경혈은 1개(신궐)이다. 의서 별로 살펴보면 『동인수혈침구도경』에서 22개, 『의학입문』에서 5개, 『침구자생경』에서 3개, 『영추(靈樞)』에서 1개, 『의학강목(醫學綱目)』에서 1개가 인용되었다(Table 1).
『동의보감』에 기재된 금침혈 중 『동인수혈침구도경』에서 인용하였다고 기재된 22개의 경혈의 정확성을 『동인수혈침구도경』에서 확인한 결과, 22개의 경혈 중 16개는 금침혈과 관련된 내용이 언급되었지만, 6개의 경혈(청령, 옥침, 낙각, 횡골, 신도, 영대)은 금침혈이라는 언급이나 자침 깊이를 표기하지 않고 구법(灸法)에 관한 내용만 기재되어있었다. 이 6개의 경혈은 동의보감에 인용된 동시대의 의서인 「의학입문∙경혈기상」에 모두 금침혈로 표기되어있다(Table 2).
다음으로, 「동의보감∙침구편」에 별도로 정리된 ‘금침혈’ 단락을 확인한 결과, 신정(GV24), 뇌호(GV17), 신회(GV22), 옥침(BL9), 낙각(BL8), 승령(GB18), 노식(TE19), 각손(TE20), 승읍(ST1), 신도(GV11), 영대(GV10), 운문(LU2), 견정(GB21), 단중(CV17), 결분(ST12), 상관(GB3), 구미(CV15), 오리(LI13), 청령(HT2), 합곡(LI4), 신궐(CV8), 횡골(KI11), 기충(ST30), 기문(SP11), 승근(BL56), 삼음교(SP6), 수분(CV9), 회음(CV1), 석문(CV5), 삼양락(TE8), 인영(ST9), 유중(ST17), 연곡(KI2), 복토(ST32) 34개의 경혈이 순서대로 기재되어있으며, 『의학입문』에서 인용하였다고 밝혔다. 「동의보감∙침구편」 ‘금침혈’에 기재된 34개 경혈의 인용 정확도를 확인하기 위해 『침구갑을경』, 『천금요방』, 『동인수혈침구도경』, 『의학입문』에 수록된 금침혈과 비교한 결과, 「의학입문∙금침혈」에 수록된 것은 31개, 『동인수혈침구도경』에 수록된 것은 21개, 『침구갑을경』에 수록된 것은 15개, 『천금요방』에 수록된 것은 13개였다. 「의학입문∙금침혈」에 수록되지 않은 3개의 경혈 중 인영혈은 『침구갑을경』과 「의학입문∙경혈기상」에 수록되어 있었고, 연곡혈은 『침구갑을경』과 『동인수혈침구도경』에, 복토혈은 『침구갑을경』에 금침혈로 기재되어 있었다(Table 3).
『동의보감』에 금침혈로 규정된 경혈을 분류하고 인용의 정확성을 조사한 결과, 「동의보감∙침구편」의 경혈 별 설명에서 29개, ‘금침혈’ 단락에서 34개의 금침혈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이 경혈들의 인용이 정확한지 조사한 결과, 일부 부정확한 인용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먼저 「동의보감∙침구편」에 경혈 별 설명에 존재하는 금침혈 29개(Table 1)의 인용 중 부정확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의보감』에는 신궐혈이 『동인수혈침구도경』, 『침구자생경』, 『의학강목』에 모두 금침혈로 기재되어있다고 기록되어있는데, 인용되어있는데, 세 서적에 실제로 기재되어있는 내용을 확인해보니 『동인수혈침구도경』과 『침구자생경』의 신궐혈 관련 설명은 『동의보감』과 내용이 유사하지만, 『의학강목』의 내용은 약간 달랐다. 『동의보감』은 『의학강목』에 ‘鍼則成水蠱病死’라고 되어있다고 기재되어있지만, 『의학강목』을 확인해보니 ‘禁鍼’이라고만 기재되어있고, 신궐혈 다음 경혈인 수분혈에 ‘鍼則成水蠱病死’라고 기재되어있었다13). 신궐혈에 대해 『침구갑을경』에는 ‘禁不可刺, 刺之令人臍中惡瘍潰, 夭出者, 死不治’라 기재되어있는데, 이는 복막염이나 소장의 천공성 궤양에 가까운 설명이며10), 복수(腹水)로 인한 수종(水腫)인 수고병(水蠱病)과는 다르다. 반면 수분혈의 경우 『동인수혈침구도경』에 ‘若水病, ……禁不可刺, 鍼水盡卽斃’라 되어있는데8), 이는 『의학강목』에 기재된 내용과 유사하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 허준이 『의학강목』에 신궐혈이 금침혈로 기재되어있음은 정확하게 확인하였지만, 관련 내용을 인용할 때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동의보감』에 기재된 금침혈 중 『동인수혈침구도경』에서 인용하였다고 기재된 22개의 경혈 중 16개는 『동인수혈침구도경』에 금침혈로 기재되어 있었지만, 6개의 경혈(청령, 옥침, 낙각, 횡골, 신도, 영대)은 금침혈이라는 언급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동인수혈침구도경』에는 경혈 별로 자침 깊이 등 침구 시술법이 기재되어있지만, 이 6개의 경혈에는 자침 깊이는 표기되지 않고 구법에 관한 내용만 기록되어있다. 하지만 동의보감에 인용된 동시대의 의서인 「의학입문∙경혈기상」에는 이 6개의 경혈 모두 금침혈로 표기되어있는 것을 볼 때(Table 2), 허준은 「동의보감∙침구편」을 저술할 때 참고문헌에 침 시술법이 명확하게 기재되지 않았을 경우 『의학입문』 등 다른 의서를 참고하여 금침혈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추측된다. 덧붙여 「동의보감∙침구편」의 29개 금침혈 중 22개를 『동인수혈침구도경』에서 인용했다고 기재한 점과, 자침 시 주의해야 하는 경혈에 표기한 ‘禁不可鍼’은 『동인수혈침구도경』에 존재하는 표현이고 『의학입문』에는 ‘禁鍼’이라 기재되어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한다면, 허준이 『동의보감』의 금침혈을 정리할 때 『동인수혈침구도경』을 매우 중시한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금침혈이 가장 많이 인용된 『동인수혈침구도경』의 경우, 허준이 인용하면서 내용을 요약한 경우가 다수 발견된다. 예를 들면 결분혈의 경우 『동인수혈침구도경』에 ‘鍼入三分, 不宜刺太深, 使人逆息也’라 기재된 것을 『동의보감』에 ‘禁不可鍼’라고만 표기하였다. 이는 허준이 『동의보감』을 편찬할 때 실용적 측면에서 내용을 최대한 요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침구자생경』에서 인용한 금침혈인 비노, 천추 두 경혈은 『침구자생경』에 자침이 가능한 경혈로 기재되어있지만, 비노의 경우 『침구명당경』에, 천추의 경우 『천금요방』에 금침혈로 기록되어있다는 주석(註釋)이 존재한다8,14). 비노는 『태평성혜방』, 『동인침구경』, 『침구대성』에 금침혈로 기재되어있으며, 천추의 경우 「천금요방∙권십일(卷十一)∙간장(肝臟)」에 ‘久冷, 及婦人癥瘕, 腸鳴泄利, 繞臍絞痛, 灸天樞百壯, 三報之, 萬勿鍼’이라 기재되어있고11), 『침구대성』에도 금침혈로 분류되었다3).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 『동의보감』을 저술할 당시에 비노와 천추는 금침혈이라는 인식이 존재하였으며, 허준 또한 이를 인식하고 있었기에 비노와 천추를 의학적 지식과 여러 참고문헌을 기반으로 금침혈로 기재한 것으로 추측된다.
「동의보감∙침구편」에는 경혈 별 설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금침혈도 있지만, 『의학입문』에서 인용하였다고 기재된 별도의 ‘금침혈’ 단락에 34개의 금침혈이 나열되어 있다. 이처럼 금침혈을 별도로 기재한 경우는 『침구갑을경』의 ‘침구금기’, 『천금요방』의 ‘침구금기법’, 『의학입문』의 ‘금침혈’, 『침구대성』의 ‘금침혈가’ 등 다수의 의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다만 「동의보감∙침구편」에 자주 인용된 『동인수혈침구도경』은 금침혈을 별도로 정리하지 않았다.
「동의보감∙침구편」 ‘금침혈’에 기재된 34개의 경혈과 상기 서적들에 기재된 경혈을 비교한 결과, 『의학입문』에서 금침혈로 분류된 것은 「의학입문∙금침혈」에 기재된 31개와 「의학입문∙경혈기상」에 수록된 1개를 합쳐 총 32개였고, 『동인수혈침구도경』은 21개, 『침구갑을경』은 15개, 『천금요방』은 13개였다(Table 3). 이러한 내용을 종합한다면, ‘금침혈’ 단락은 『의학입문』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 맞는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침구갑을경』에 「의학입문∙금침혈」 ‘금침혈’에 기재되지 않은 인영, 연곡, 복토 3개의 경혈이 금침혈로 수록되어 있고10), 『천금요방』에는 연곡과 복토가 금침혈로 기재되어있는 것을 고려한다면12), 허준이 「동의보감∙침구편」의 ‘금침혈’ 단락을 저술할 때 『침구갑을경』 및 『천금요방』 등도 참고하였지만, 가장 많이 참고한 『의학입문』만 출처로 기재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덧붙여, 「동의보감∙침구편」 ‘금침혈’은 다른 의서와는 달리 경혈명만 나열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예를 들면 「침구갑을경∙침구금기」와 「천금요방∙침구금기법」에는 노식혈에 대해 ‘刺不可多出血’이라는 설명이 있으며10,12), 「의학입문∙금침혈」은 칠언절구(七言絶句)로 구성되었고, 경혈명 외에도 ‘孕婦不宜鍼合谷’ 등 자침 시 주의사항이 일부 기재되어있다는 특징이 있다는 점에서 「동의보감∙침구편」의 ‘금침혈’과 형식적으로 다르다. 이렇듯 『동의보감』 ‘금침혈’이 특징적으로 경혈명만 존재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허준이 『동의보감』을 편찬할 때 실용적 측면을 강조하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2), 내용을 최대한 요약하기 위한 허준의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사료된다.
『동의보감』의 특징은 도가사상(道家思想)의 영향으로 미리 병을 예방하는 것을 매우 중시했고, 백성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637종의 약명이 한글로 표기되어 있으며, 실제 임상으로 검증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매우 실용적이라는 점이다2,15). 이러한 특징은 허준의 사상이 반영되어 형성된 것으로, 「동의보감∙침구편」의 금침혈과 관련된 인용에도 허준의 생각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 다수 존재한다. 출전인 『동인수혈침구도경』에 금침혈이라는 언급이나 자침 깊이를 표기하지 않고 구법(灸法)에 대한 내용만 기재되어있는 청령, 옥침, 낙각, 횡골, 신도, 영대혈은 『의학입문』에 금침혈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허준이 『동의보감』을 저술할 때 본인의 의학 지식 및 사상을 담았지만, 단순히 허준 본인의 생각만으로 편찬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금침혈’ 부분은 34개 경혈의 이름만 나열되어 있고, 출전은 『의학입문』이라고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32개의 경혈이 『의학입문』에 금침혈로 기재되어있으며, 「의학입문∙금침혈」에 기재된 일부 경혈은 『동의보감』에 인용되지 않았으며, 『의학입문』에는 경혈명 외에도 ‘孕婦不宜鍼合谷’ 등 금침혈로 선정된 이유도 일부 기재되어있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는 허준이 기존의 의서를 단순히 정리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실용주의적 사상과 의학적 경험을 기반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신중하게 선별한 것으로 추정된다. 허준은 『동의보감』을 저술할 때 도교적(道敎的) 공리(功利)와 실용주의적 사상을 적용하여 정확성과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많은 의서의 정수(精髓)만을 골라 정리하였다2). 침 시술에 있어서 어느 경혈에 자침할 때 주의해야 하는가를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에, 허준은 『동의보감』 ‘금침혈’에 경혈 이름을 수록하였고, 반대로 「의학입문∙금침혈」에 기재되어있더라도 허준이 생각하기에 자침(刺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경혈은 과감히 제외한 것으로 추정된다. 종합하면, 「동의보감∙침구편」에 기재된 금침혈은 『동인수혈침구도경』, 『의학입문』, 『침구갑을경』 등 기존 문헌을 기반으로 허준 본인의 의학적 지식과 실용주의적 사상이 반영되어 선정 및 기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허준의 실용주의적 사상은 「동의보감∙침구편」 경락 및 경혈 기재 순서에서도 나타난다. 「동의보감∙침구편」 중 ‘수태음폐경좌우범이십이혈’부터 ‘임맥유주급공혈’까지 기재된 경혈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면, 십이경맥의 유주 순서에 따라 수태음폐경부터 족궐음간경까지, 그리고 독맥과 임맥의 순서로 경맥 별로 속한 경혈의 본명(本命), 이명(異名), 위치, 취혈법, 자침 깊이, 뜸 시술 횟수, 침구 시술 시 주의사항 등이 포함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동의보감 침구편에 기재된 경맥의 순서는 명대(明代)를 대표하는 의학서적인 『의학입문』 및 『침구대성』과 같지만, 경혈의 순서는 이 책과는 달리 『동인수혈침구도경』을 따라 사지말단의 정혈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의학입문』과 『침구대성』에 기재된 십이경맥과 소속경혈의 순서는 현재와 같아서, 십이경맥의 유주는 수태음폐경에서 족궐음간경까지 순서대로 진행되고, 경혈의 나열 순서 또한 십이경맥의 유주 방향과 일치한다. 반면 송대(宋代)의 서적인 『동인수혈침구도경』의 경우 경맥의 순순서가 6개의 수경(手經) 뒤에 6개의 족경(足經)이 존재하고, 족경의 순서는 상권(上卷)과 하권(下卷)이 다르며, 십이경맥의 경혈이 모두 사지 말단의 정혈(井穴)부터 머리 또는 몸통 방향으로 나열되어 있다. 『동의보감』의 경우 경맥의 순서는 『의학입문』과 일치하지만(Table 4), 경혈의 순서는 『동인수혈침구도경』처럼 12경 모두 사지 말단의 정혈(井穴)부터 머리 또는 몸통 방향으로 나열되어 있다(Table 5). 이러한 독특한 경락 및 경혈의 순서는 허준이 「동의보감∙침구편」을 저술할 때 경맥의 순서는 『의학입문』에서, 경혈의 순서는 『동인수혈침구도경』을 참고하여 편찬하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큰데,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허준이 『동의보감』을 편찬할 때 실용성을 중시하였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임상에서 오수혈을 비롯한 사지부의 경혈이 체간부의 경혈보다 더 자주 사용되고, 오수혈은 사지 말단에서 팔꿈치와 무릎 방향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표본근결(標本根結) 이론에서 사지가 근(根)과 본(本)이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지말단의 경혈부터 순서대로 기술하는 것이 경혈의 학습 및 임상 응용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십이경맥 및 경혈의 순서에도 허준의 의학적 지식과 실용주의적 사상이 반영되어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저자들은 「동의보감∙침구편」에 수록된 금침혈을 정리하고, 인용의 정확성과 관련 서적을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① 「동의보감∙침구편」에 금침혈과 관련된 기록은 크게 두 부분에서 등장한다. 첫 번째는 14경맥에 속한 경혈을 설명하면서 금침혈 및 관련 내용을 수록한 ‘수태음폐경좌우범이십이혈’부터 ‘임맥유주급공혈’까지의 부분이고, 두 번째는 ‘금침혈’이라는 제목으로 금침혈의 이름을 나열한 부분이다.
② 14경맥의 경혈을 설명한 부분에서 금침혈로 언급된 경혈은 총 29개였으며, 출전 및 인용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일부 존재한다. 그리고 이 부분을 작성할 때 주로 『동인수혈침구도경』과 『의학입문』을 참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③ 「동의보감∙침구편」의 ‘금침혈’ 부분은 34개 금침혈의 이름만 나열되어 있고 『의학입문』을 인용하였다고 기재되어있지만, 그중 2개는 『의학입문』에 수록되지 않고 『침구갑을경』 및 『천금요방』에 금침혈로 기재되어있었다. 이는 ‘금침혈’을 정리할 때 『의학입문』 이외에도 『침구갑을경』. 『천금요방』 등 다른 서적도 참고하였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④ 「동의보감∙침구편」에 수록된 금침혈은 인용한 서적이 표기되어 있고, 그 내용이 요약 및 첨삭되어 있다는 특징이 존재한다. 이는 허준이 『동의보감』을 저술할 때 본인의 의학적 지식과 여러 문헌을 기반으로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정수(精髓)만을 골라 기술한 것이라는 기존의 학설에 부합하는 근거라 할 수 있다.
None.
This work was supported by a grant of the Korea Health Technology R&D Project through the Korea Health Industry Development Instiute (KHIDI), funded by the Ministry of Health & Welfare, Republic of Korea (grant number: HF21C0053).
The authors can provide upon reasonable request.
저자들은 아무런 이해 상충이 없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