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왕퇴 『백서』와 『황제내경』(이하 『내경』)의 경맥 명칭을 비교분석하여 경락 형성 초기에 경맥을 특징짓는 중심사고체계가 음양법칙에 기반한 삼음삼양임을 밝힘으로써 경락계통에 있어 삼음삼양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1) 『내경 소문∙음양이합론』 (이하 ⌈음양이합론⌋2))과 『내경 영추∙근결』 (이하 ⌈근결⌋)3)은 바깥(外)이 양(陽), 안(內)이 음(陰)에 해당되며 음은 다시 태음(太陰), 소음(少陰), 궐음(厥陰)으로 나뉘는데 태음(太陰) 뒤에 소음(少陰)이, 소음(少陰) 앞에 궐음(厥陰)이 위치하며, 양명은 태음(太陰)의 앞쪽에, 태양은 소음(少陰)의 위쪽에, 소양은 궐음(厥陰)의 바깥쪽에 위치함을 밝힘과 동시에, 문짝이 열리고 닫히는 기능적 의미를 지닌 관합추(關闔樞)를 이용하여 태양과 태음(太陰)을 ‘관(關)’, 양명과 궐음(厥陰)을 ‘합(闔)’, 소양과 소음(少陰)을 ‘추(樞)’에 배속하고 있다. (이하 『내경』의 ‘궐음위합 소음위추’) 이러한 『내경』의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는 십이경맥의 기능적 특징을 설명하는 중요한 원리로 고대 의학자가 우리 몸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에 관한 중요한 단서일 뿐만 아니라 『내경』의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을 토대로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는 장부상통법칙(臟腑相通法則)4,5)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기본 원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경』의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여 관합추를 토대로한 경락의 임상응용에 혼돈을 야기하고 있고 한의학을 교육하는 자와 교육을 받는 자들에게도 관합추를 통한 경락의 이해를 어렵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방약중6)과 양운통7)은 궐음경이 대체적으로 태음(太陰)경과 소음경의 사이에 위치하며, 궐음경과 소양경이 표리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을 이유로 궐음(厥陰)이 추(樞)가되고 소음(少陰)이 합(闔)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하 방의 ‘소음위합 궐음위추’) 국내 학계에서도 이들의 주장을 자세히 소개하며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에 있어 방의 ‘소음위합 궐음위추’ 주장을 『내경』의 ‘궐음위합 소음위추’보다 우선시하여 표시하고 있다8).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은 경락학적 인체관에 있어서 신체의 구조적 분포 특징과 함께 생리적 기능과 병리적 증상의 기능적 현상을 망라하여 설명하는 원리이다. 이러한 중요성에 비추어볼 때, 관합추의 경락 삼음삼양 배속에 대한 논쟁을 종식시키고 『내경』의 ‘궐음위합 소음위추’를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바른 경락학적 인체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 연구는 『내경』의 ‘궐음위합 소음위추’에 따른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의 정확성을 밝혀 임상에서 경락을 관합추 원리로 운용할 때 올바른 경락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구에 앞서, 경락 삼음삼양과 관합추를 다루고 있는 선행연구를 검색하여 『내경』의 ‘궐음위합 소음위추’정의에 따른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과 방의 ‘소음위합 궐음위추’ 주장에 따른 관합추 배속 중에서 국내 학계가 어느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에 관한 방의 ‘소음위합 궐음위추’ 주장이 나오게 된 원인을 분석하여 임상에서 경락을 관합추 원리로 운용할 때 과연 어떤 관합추 배속을 따라 경락을 선택해야하는 지를 모색함으로써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에 관한 올바른 경락학적 인체관 정립에 일조하고자 한다.
『내경』이 정의한 관합추 배속에 따른 삼음삼양의 경락학적 분포를 통하여 올바른 경락학적 인체관을 정립하려는 이 연구의 목적과 유사한 연구의 유무를 확인하고자 선행연구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경락학적 자세를 언급한 문헌, 관합추를 언급한 문헌, 삼음삼양을 언급한 문헌을 선정하였다.
『내경』의 관합추 배속에 따른 삼음삼양의 경락학적 분포와 방의 ‘소음위합 궐음위추’ 주장의 관합추 배속에 따른 삼음삼양의 경락학적 분포에 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궐음(厥陰)과 소음(少陰)의 관합추 배속에 관한 국내 학계의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국학술정보사이트(kiss.kstudy.com), 학술교육원(www.earticle.net), DBpia (www.dbpia.co.kr), 학술연구정보서비스(http://www.riss.kr), 전통의학정보포털(https://oasis.kiom.re.kr), 한국의학논문데이터베이스(https://kmbase.medric.or.kr) 및 ScienceON (https://scienceon.kisti.re.kr)을 정보원으로 선택하였다.
2021년 7월, 검색어 “(경혈 OR 경락 OR 경근) AND 자세” OR “관합추” OR “개합추” OR “삼음삼양”을 검색식으로 하여 검색하였다.
검색된 문헌들 중에서 중복되는 문헌을 제외하고 제목과 초록을 이용한 1차 문헌선택과 원문을 이용한 2차 문헌선택을 수행하였다.
원문을 이용한 2차 문헌선택 과정은 2인이 독립적으로 스크리닝한 후 그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전문가 1인과 함께 논의를 거처 최종적으로 문헌을 선택하였다.
『내경』의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과 방의 ‘소음위합 궐음위추’ 주장에 근거한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에 관한 선행연구를 검색하여 얻은 정성적 분석 대상 문헌에서 궐음(厥陰)과 소음(少陰)의 관합추 배속에 관한 학계의 현황을 살펴보고자 궐음(厥陰)과 소음(少陰)을 자료추출 항목으로 하여 문헌에 언급된 궐음(厥陰)과 소음(少陰)의 관합추 배속을 정리하였고, 인체 부위(몸통, 팔, 다리)에서의 관합추를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하여 ‘몸통의 관합추’와 ‘팔다리의 관합추’를 자료추출 항목으로 하여 인체 부위(몸통, 팔, 다리)에서의 관합추를 언급한 경우 clear로, 언급하지 않은 경우 none으로, 언급은 있으나 관합추의 인체부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경우 unclear로 분류하여 정리하였다. 문헌에서 경락의 분포를 설명하기 위해 ‘인체경락분포’를 자료추출 항목으로 하여 특정 자세를 언급한 경우를 조사하여 정리하였다(Table 1).
『내경』의 관합추 배속에 따른 삼음삼양의 경락학적 분포를 이해하기 위하여 삼음삼양의 분포 위치를 인체 몸통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방안으로써 인체 몸통, 팔 그리고 다리의 관합추 배속에 따른 삼음삼양의 경락학적 분포를 도해하여 제시하고, 이를 종합하면 어떠한 형태의 인체도가 도출되는지를 도해로 나타냈다.
연구선택 한국학술정보사이트 (kiss.kstudy.com)에서 104편, 학술교육원 (www.earticle.net)에서 51편, DBpia (www.dbpia.co.kr)에서는 101편, 학술연구정보 서비스 (http://www.riss.kr)에서 127편, 한국의학논문데이터베이스(https://kmbase.medric.or.kr)에서 66편 및 ScienceON (https://scienceon.kisti.re.kr)에서 126편이 검출되어 총 575이었다. 경혈학 전문가로부터 제공받은 이 연구주제와 관련 문헌 1편과 합한 총 576편 중에서 중복되는 문헌 361편을 제외하고 남은 215편을 제목과 초록을 이용하여 1차 문헌선택을 거친 결과, 전공과 관련 없는 문헌 64편, 주제와 관련 없는 문헌 90편을 제외하여 총 61편이 남았다. 전공과 관련 없는 문헌 64편, 주제와 관련 없는 문헌 90편을 제외한 총 61편이 남았다. 남은 총 61편의 원문을 이용한 2차 문헌선택을 거친 결과, 이 연구주제가 아닌 다른 한의학 이론에 대한 문헌(Reason 1) 19편, 장부와 관련된 문헌(Reason 2) 4편, 질병과 관련된 문헌(Reason 3) 1편, 맥과 관련된 문헌(Reason 4) 1편을 제외하여 정성적 분석 대상 문헌으로 총 36편을 얻었다(Fig. 1).
궐음(厥陰) 소음(少陰)을 자료추출 항목으로 하여 문헌에 언급된 궐음(厥陰)과 소음(少陰)의 관합추 배속을 조사한 결과, 궐음(厥陰)을 ‘합(闔)’에 배속한 문헌은 19편(약 53%), 궐음(厥陰)을 ‘추(樞)’에 배속한 문헌은 2편(약 6%), 궐음(厥陰)을 ‘추(樞)’와 ‘합(闔)’에 함께 배속한 문헌은 6편(약 16%), 궐음(厥陰)과 관합추의 관계를 뚜렷하게 언급하지 않은 문헌은 9편(약 25%)이었다. 소음(少陰)을 ‘추(樞)’에 배속한 문헌은 18편(50%), 소음(少陰)을 ‘합(闔)’에 배속한 문헌은 2편(약 6%), 소음(少陰)을 ‘추(樞)’와 ‘합(闔)’에 함께 배속한 문헌은 8편(약 22%), 소음(少陰)과 관합추의 관계를 뚜렷하게 언급하지 않은 문헌은 8편(약 22%)이었다. 이 외에 궐음에 대한 언급 없이, 소음(少陰)에 대해 언급한 문헌 1편, 궐음위합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궐음위추에 대한 이견 설명이 없고, 소음(少陰)에 있어서 소음위합 소음위추에 대해 언급한 문헌이 1편이었다(Table 1).
인체 부위별 관합추를 언급한 경우(clear), 언급이 없는 경우 (none), 관합추에 관한 언급은 있으나 인체 부위를 언급하지 않은 경우(Unclear)로 분류하여 조사한 결과, 몸통 부위에서 관합추를 언급한 문헌(clear)은 6편(약 17%), 언급이 없는 문헌(none)은 22편(약 61%), 관합추에 관한 언급은 있으나 인체 부위를 언급하지 않은 문헌(Unclear)은 8편(약 22%)이었고, 팔과 다리 부위에서 관합추를 언급한 문헌(clear)은 1편(약 3%), 언급이 없는 문헌(none)은 31편(약 86%), 관합추에 관한 언급은 있으나 인체 부위를 언급하지 않은 문헌(Unclear)은 4편(약 11%)이었다(Table 1).
경락의 분포를 설명하기 위해 특정 자세를 언급한 경우를 조사한 결과, 경락, 경혈, 경근과 자세에 관하여 남면(南面)한 자세에 대해 언급한 문헌 2편(약 6%), 경락학적 자세를 정의하며 경맥 유주에 대해 설명한 문헌 1편(약 3%), 경락유주를 설명하며 양팔을 머리 위로 올린 자세를 설명한 문헌 1편(약 3%), 비교적 자세한 표준화된 자세에 대해 설명한 문헌이 1편(약 3%)이었다. 자세에 관하여 언급이 없는 문헌은 31편(약 86%)이었다(Table 1).
1) 몸통에서의 삼음삼양의 경락학적 분포: ⌈음양이합론⌋과 ⌈근결⌋의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은 바깥(外)이 양(陽), 안(內)이 음(陰)에 해당된다는 전제를 놓고 삼음삼양의 분포를 정의하고 있다. 즉, 음은 양에 둘러싸여 있고 양에 둘러싸인 음 부위에 삼음이 분포한다. 『내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 정의에 따라 몸통에서의 삼음삼양의 경락학적 분포를 도해하면, 몸통에서, 몸통 중심부에 태음(太陰)이 앞에, 소음(少陰)이 태음(太陰)의 뒤에, 궐음(厥陰)이 소음(少陰)의 앞에 위치하고, 몸통 바깥부에 양명이 태음(太陰)의 앞쪽에 위치하고, 태양이 소음(少陰)의 위쪽에 위치하고, 소양이 궐음(厥陰)의 바깥쪽에 위치한다(Fig. 2).
2) 팔에서의 삼음삼양의 경락학적 분포: ⌈음양이합론⌋과 ⌈근결⌋의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은 겉(外)이 양(陽), 속(內)이 음(陰)에 해당된다는 전제를 놓고 삼음삼양의 분포를 정의하고 있다. 즉, 음은 양에 둘러싸여 있고 양에 둘러싸인 음 부위에 삼음이 분포한다(Fig. 3A). 팔에서 양 팔과 손바닥을 마주하여 붙인 상태에서, 겉은 양명, 태양, 소양에 둘러싸여 있고 속은 태음, 소음, 궐음이 분포한다(Fig. 3B). 팔에서의 삼음삼양의 경락학적 분포를 양팔을 붙이고 몸쪽에서 먼쪽 방향으로 팔의 단면을 바라보고 그 위치를 해부학적 자세로 표시하면 자뼈쪽이 medial, 노뼈쪽이 lateral이 된다.
3) 다리에서의 삼음삼양의 경락학적 분포: ⌈음양이합론⌋과 ⌈근결⌋의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은 바깥(外)이 양(陽), 안(內)이 음(陰)에 해당된다는 전제를 놓고 삼음삼양의 분포를 정의하고 있다. 즉, 음은 양에 둘러싸여 있고 양에 둘러싸인 음 부위에 삼음이 분포한다(Fig. 4A). 다리에서 다리를 마주하여 붙인 상태에서, 바깥쪽은 양명, 태양, 소양에 둘러싸여 있고 태음, 소음, 궐음은 그 안쪽에 분포한다(Fig. 4B).
4) 『내경』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분포 설명을 위한 인체 모형: 삼음삼양과 관합추의 분포에 관한 『내경』의 정의를 인체 몸통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기 위하여 발생 단계의 태아의 자세에서 착안한 양 팔과 양 다리를 붙인 상태의 인체 모형를 그림으로 나타냈다(Fig. 5).
5) 인간 배아 초기 팔과 다리의 사지싹: 팔과 다리가 몸통에서 분리되기 전, 인간 배아 초기 팔과 다리의 사지싹(limb bud)을 볼 수 있는 카네기 13기(약 28일 발달)의 인간 배아로서 팔의 사지싹(Fig. 6A)44)과 다리의 사지싹(Fig. 6B)45)을 보여주고 있다(Fig. 6).
초기 경맥 형성의 중심 사고 체계인 삼음삼양에 대한 기능적 작용과 공간적 분포 및 십이경맥의 상호 관계를 설명하는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를 다루고 있는 선행연구 문헌을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경향성을 확인하였다. 얻어진 36편 중에서, 53%에 해당하는 19편이 『내경』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을 따르고 있었다. 방의 ‘소음위합 궐음위추’ 주장에 근거한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을 따르는 문헌은 2편(6%)이었다(Table 1). 이렇듯 『내경』의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이 국내 학계의 주된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내경』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과 달리 소음(少陰)을 ‘합(闔)’, 궐음(厥陰)을 ‘추(樞)’에 배속해야 한다고 주장한 방6)과 양7)의 주장을 따르는 문헌도 있었다23). 『내경』의 ‘궐음위합 소음위추’ 정의와 방의 ‘소음위합 궐음위추’ 주장에 대해 중립적 입장(6편, 약 16%)을 취하거나, 경락 삼음삼양과 관합추의 관계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한 문헌(9편, 약 25%)도 상당히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Table 1).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에 있어 『내경』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과 달리 소음(少陰)을 ‘합(闔)’, 궐음(厥陰)을 ‘추(樞)’에 배속해야 한다고 주장한 방6)과 양7)의 주장을 따르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팔과 다리에서 궐음이 밖으로 드러나 있고 팔과 다리의 경맥 순행에서 태음과 소음의 사이에 궐음이 위치한다는 이유로 궐음을 추로 배속해야 한다는 방6)과 양7)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방의 ‘소음위합 궐음위추’ 주장의 첫번째 논거는 삼음경(三陰經)의 유주에서 궐음(厥陰)이 대체로 태음(太陰)과 소음(少陰)의 중간에 있으므로 궐음(厥陰)이 추(樞)가 된다고 하였는데, 즉, 해부학적 자세를 기준으로 볼 때, 팔 부위 앞면 가쪽에 수태음폐경이, 팔 부위 앞면 안쪽에 수소음심경이, 팔 부위 앞면 중앙에 수궐음심포경이 위치하고 있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내경』 ⌈음양이합론⌋과 ⌈근결⌋은 바깥(外, external)이 양(陽), 속(內, internal)이 음(陰)에 해당된다는 전제를 놓고 삼음삼양의 분포를 정의하고 있다2,3). 즉, 음은 양에 둘러싸여 있고 양으로 둘러싸인 음 부위에서 태음(太陰)이 가장 앞에 있고 태음(太陰)의 뒤에 소음(少陰)이, 소음(少陰)의 앞에 궐음(厥陰)이 위치한다고 하였으므로2) 궐음(厥陰)은 속(內, internal)중에서도 가장 깊은 속에 있어서 태음(太陰)과 소음(少陰)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팔과 다리의 경락 순행에서 궐음이 태음과 소음 사이를 순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속에 있는 음이 겉으로 드러나 있는 팔과 다리에서 궐음이 태음과 소음 사이에 있는 경맥 분포를 근거로 궐음이 조절자인 추(樞)라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비록 『내경』이 전국 진한시기 작자미상의 저작으로 오류가 없지는 않지만 『내경 소문∙음양이합론』2)과 『내경 영추∙근결』3), 이 두 편에 걸쳐 똑같이 궐음이 합이고 소음이 추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 두 편에서 ‘궐음위합 소음위추’라고 기재하는 똑같은 오류를 범했을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내경』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에서 설명한 분포를 몸통, 팔, 다리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자세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Fig. 5와 같은 인체 자세를 얻을 수 있다. 양팔과 손바닥을 마주하여 붙이고 양다리를 붙인 웅크린 자세를 경락학적 자세 (meridianological position)1)로 정의한 것과 일치한다. 그런데 양팔과 손바닥을 마주하여 붙이고 양다리를 붙인 웅크린 자세를 경락학적 자세(meridianological position)로 명명했으나 어떤 이유에서 Fig. 5와 같은 인체 자세를 경락학적 자세(meridianological position)로 정의한 것인지에 관한 보다 구체적 설명이 요구된다.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를 다루고 있는 선행연구 문헌 중 ‘삼음삼양경맥의 발생과 기능’의 저자인 박40)은 최초로 발생학을 통해 인체 경락을 설명하고 있는데, 정1)의 경락학적 자세(meridianological position) 역시 발생학적 관점에서 경락을 파악한 것이라 하겠다. Fig. 6은 카네기 13기(약 28일 발달)의 인간 배아 그림으로서 몸통에서 점점 자라나 팔과 다리를 형성하게 되는 초기 팔과 다리의 사지싹(limb bud)이며 팔의 사지싹(Fig. 6A)과 다리의 사지싹(Fig. 6B)을 보여주고 있다. 어째서 팔과 다리에서는 궐음이 밖으로 들어나 태음과 소음 사이에 분포하게 된 것인가에 대한 단서를 Fig. 6에서 찾아볼 수 있다. Fig. 6에 팔과 다리의 사지싹이 애초부터 분리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고 몸통과 하나였다가 팔과 다리를 형성한 것이므로 팔 앞면이 몸통에서 분리되기 전 속(internal) 중에서도 가장 깊은 속에 위치했던 궐음(厥陰)이 팔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몸통에서 분리되면서 밖으로 드러나 태음과 소음의 사이에 위치하는 것으로 보이게 된 것이다.
정1)의 경락학적 자세(meridianological position)에서 양다리를 붙이고 양팔과 손바닥을 마주하여 붙인 웅크린 자세는 팔이 굽혀지면서 『내경』 경락 삼음삼양 분포의 앞과 뒤라는 표현이 바뀔 수 있는데 『내경』에서 삼음삼양의 위치를 설명하면서 태양의 위치를 소음(少陰)의 뒤라고 표현하지 않고 소음(少陰)의 위에 있다고 표현한 것을 볼 때 인체가 바로 서있는 것이 아니고 구부정한 상태에서 삼음삼양의 분포를 정의한 것으로 판단되며 마치 태아가 양수에 있을 때의 모습과 유사하다. 성인에서는 기립 자세에서 양팔과 손바닥을 마주하여 아래를 향하고 양다리를 붙여 바로선 자세에서 삼음삼양과 관합추를 배속하면 전신에서 동일한 분포를 얻을 수 있다(Fig. 5).
방의 ‘소음위합 궐음위추’ 주장의 두번째 논거는, 짝을 이루는 표리 경맥 관계와 나타나는 병리현상으로 소양(少陽)의 한열왕래(寒熱往來)와 궐음(厥陰)의 상열하한 (上熱下寒)의 병기(病機)가 서로 유사함을 들어 『내경』의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과 달리 궐음(厥陰)이 추(樞)가 된다고 주장하였다.5) 『내경』의 관합추 배속은 ‘관’, ‘합’, ‘추’라는 명칭에 나타나 있듯이 기의 출입이나 저장, 조절의 기능적 측면을 중심으로 정의된 것이다. 조14)가 관합추 기능에 관한 연구에서 관(關)은 개산(開散), 합(闔)은 취합(聚合), 추(樞)는 조절(調節)의 의미를 나타내며 각각의 작용에 의한 위치를 함축하고 있다고 하여, 관(關)에 해당하는 태음∙태양경(太陰∙太陽經)은 산포(散布)하는 작용에 의해 음양(陰陽) 각경(各經)의 표(表)에 해당하고, 합(闔)에 해당하는 궐음∙양명경(厥陰∙陽明經)은 취합(聚合)하는 작용에 의해 음양 각경의 이(裏)에 해당하고, 추(樞)에 해당하는 소음∙소양경(少陰∙少陽經)은 추기(樞機)와 같이 개합(開闔)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므로 음양 각경의 표리 가운데에 위치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방의 주장대로 만약 장부의 표리가 음양의 관합추에 더 중요한 기준이라면 태음(太陰)과 태양(太陽)은 표리관계가 아닌데 같은 ‘관(關)’으로 정의한 것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삼음삼양의 구체적인 전변형식(傳變形式)에는 음양경전변(陰陽經傳變) 뿐만 아니라 표리경전변(表里經傳變), 수족경전변(手足經傳變) 등이 있다. 방의 ‘소음위합 궐음위추’ 주장은 경락 삼음삼양의 기본 전변형식(傳變形式)에 음양경전변만 있는 것이 아니라 표리경전변, 수족경전변 등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삼음삼양의 기본 전변형식(傳變形式)인 음양경전변에 천작(穿鑿)한 까닭이라 하겠다.
『내경』의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은 경락의 수족경전변(手足經傳變)을 이해하는 근본 원리로서 장부상통(臟腑相通)을 이용한 임상적용의 원리가 된다. 의학입문4)과 동의보감5)에서는 장부상통(臟腑相通)에 따라 소양과 소음이 짝을 이루고 궐음(厥陰)과 양명(陽明)이 짝을 이루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심(心)은 수소음에 속하여 심주신명(心主神明)하고, 담(膽)은 족소양에 속하여 담주결단(膽主決斷)한다. 소음(少陰)은 음(陰)에서의 추(樞)이고, 소양(少陽)은 양(陽)에서의 추(樞)로서 정신을 조절하는 점에서 기능적으로 상통한다41). 이렇듯, 장부상통(臟腑相通)에서는 관합추가 일치되는 수족의 음양 경맥을 취하여 치료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므로 추에 속하는 수소음심경에 병변이 발생하면 추에 속하는 족소양담경을 선택하여 치료하고, 합에 속하는 족궐음간경에 병변이 발생하면 합에 속하는 수양명대장경을 선택하여 치료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부상통(臟腑相通)은 단순히 장부의 표리 관계가 아니고 기능적으로 같은 관합추 속성을 지닌 수족 음양의 경락 사이의 관계를 이용한 동기상구(同氣相求), 즉 관합추 속성이 같은 경맥이 서로를 도와 질병을 치료하는 원리4,5)로서, 『내경』의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에 관한 바른 이해를 토대로 장부상통(臟腑相通)의 임상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와 장부상통(臟腑相通)의 임상 활용이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이 연구의 한계점은 검색을 국내 사이트에 국한하여 수행한 점을 들 수 있다. 『내경』의 ‘궐음위합 소음위추’정의에 따른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과 방의 ‘소음위합 궐음위추’ 주장에 따른 관합추 배속 중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학계가 어느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여 연구를 수행한다면 이 연구의 한계점을 극복함과 동시에 『내경』의 경락 삼음삼양 관합추 배속 원리의 임상적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 『내경』의 ‘궐음위합 소음위추’정의에 따른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과 방의 ‘소음위합 궐음위추’ 주장에 따른 관합추 배속 중에서 국내 학계가 어느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관한 현황을 파악하고자 조사한 결과, 53% (19편)가 『내경』의 ‘궐음위합 소음위추’정의에 따른 삼음삼양의 관합추를 따르고 있었으나 방의 ‘소음위합 궐음위추’ 주장에 근거한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을 따르거나(2편, 약 6%) 중립적 입장을 취하거나(6편, 약 16%) 입장이 불분명한 문헌(9편, 약 25%)도 다수 검색되었다(Table 1).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에 대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방6)과 양7)의 주장 중에서 팔과 다리에서 궐음이 밖으로 드러나 있고 경락 순행에서 태음과 소음의 사이에 궐음이 위치한다는 이유로 궐음을 추로 배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내경』에 정의되어 있는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분포 위치를 몸통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경락학적 자세를 발생학적 관점에서 설명하여 『내경』에 정의되어 있는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분포 위치의 이해를 도모하였다. 그러므로 임상에서 경락을 관합추 원리로 운용할 때 『내경』이 정의한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에 따라 경락 선택이 정확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상에서 『내경』에 정의되어 있는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분포 위치를 몸통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경락학적 자세를 발생학적 관점에서 조명하였다. 『내경』에 정의되어 있는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분포 위치의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내경』 경락 삼음삼양의 관합추 배속이 임상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관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None.
None.
The authors can provide upon reasonable request.
저자들은 아무런 이해 상충이 없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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