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Crohn’s disease, CD)는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의 하나이다. 최근에 국내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이 증가하고 있으며 발병률이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1). 크론병의 경우 대장내시경 검사 총 수에서 차지하던 비율이 1980년 0.2%이던 것이 1995년 1.7%로 증가하였고2), 10만 명당 발병 수는 2009년 1.6명에서 2016년 29.6명으로 증가하였고 발병률은 2.4에서 2.9로 1.2배 증가하였다3).
크론병은 소화기관의 전 층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며 염증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서 복통, 설사, 혈변, 체중감소 등의 증상을 보인다. 서양의학적인 치료로는 5-aminosalicylic acid (5-ASA)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추가적으로 사용한다4). 경구약물로 관해가 유도되지 않는 경우에는 생물학적 주사제제를 사용하고 있으며5) 면역억제제와 생물학적 주사제제를 병용해서 치료효과를 더 높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병용요법은 독성, 감염, 림프 악성 종양 등의 발생과도 연관이 있음이 분명해져서 제한된 기간 동안에만 사용되도록 권고되고 있다6). 이러한 여러 가지 시도에도 불구하고 서양의학적인 완전한 치료법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한의학 치료로 크론병 환자를 치료한 시도가 있었으나 치료 전후의 내시경이나 검사자료가 확보되지 않아 완전한 관해에 이르렀는지 확인할 수 없는 보고가 대다수이며 치료 이후에 장기적인 추적관찰이 없는 경우가 많고, 재발이 잦은 크론병 환자의 발병부터 재발까지 치료 관리한 보고는 없었다7-11). 이에 2014년 크론병으로 진단받고 복통이 극심한 상태에서 약물치료로 효과가 없어 수술을 권유받은 상황에서 한약을 투여하여 관해를 유도하고 3년간 관해기를 유지하였으며, 2018년 12월 재발하여 생물학적 주사제제 치료를 권유받은 환자를 한약으로 치료하여 관해를 다시 유도한 후 1년여 동안 양약의 도움 없이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환자가 있어서 보고하는 바이다.
본 증례는 임상자료, 검사기록의 활용, 논문 출간 등에 대한 환자의 서면 동의를 얻어서 작성되었다.
(1) 상기 환자는 키 170 cm 몸무게 61.5 kg인 남성으로 평소 몸무게는 70 kg 가량으로 2014년 6월 크론병으로 진단받기 전후 수개월간 9 kg 가량 체중이 감소함.
(2) 2014년 1월 역류성 식도염이 있어서 양약을 복용하였는데 이즈음부터 간헐적으로 복통이 발생하였으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라고 진단받음.
(3) 복통이 계속 심해져서 극심한 상태가 되자 2014년 6월 강남성모병원에서 CT, 내시경, 혈액검사, 조직검사 등의 진료를 받았으며 크론병으로 진단받음.
(4) 이후 부신호르몬제인 소론도정(Solondo tablet, prednisolone 5 mg) 6알/일, 면역억제제인 아자프린정(Azafrine tablet, azathioprine 50 mg) 1알/일, 항생제인 싸이신정(Cycin tablet, cipro-floxacin hydrochloride 500 mg) 2알/일, 크론병을 위한 펜타사서방정(Pentasa slow release tablet, mesalazine 1 g) 3알/일을 처방받아 1개월 이상 복용 중이었음.
- 7월 15일: 복통 횟수가 2∼3회/일로 줄어들고 강도가 감소, 대변회수는 2회.
- 7월 25일: 복통 1∼2회/일. 대변 1∼2회/일 혈변, 점액변 간헐적으로 나옴.
- 8월 6일: 병원에서 혈액검사결과 WBC 9로 감소함. 소론도 3알로 줄여 줌.
- 9월 11일 : 복통 소실됨. 대변 1회/일. 혈변은 없으며 점액변만 간헐적으로 있음.
- 10월 11일 : 복통 없음. 대변 1∼2회/일. 양약 복용 줄이기 시작함.
- 1월 31일: 체중 68 kg으로 증가함. 복통 없는 채로 유지하고 있으며 대변 1∼2회/일, 혈변 점액변도 없는 상태로 유지하고 있음.
- 3월 14일 : 체중 72 kg으로 건강 시 몸무게를 회복함. 모든 양약 중단함. 치료 종료함.
(1) 크론병 발병 후 한약 치료하고 나서 3년 여 관해기를 유지하던 중 2018년 말부터 약간씩 소화불량 증상이 생기면서 불편이 발생함.
(2) 2019년 1월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에서 검진을 하던 중 CRP수치가 상승한 것을 확인하고 병원에서는 크론병이 재발한 것으로 보고 소론도 2알/일, 아자프린 2.5알/일, 펜타사1 g 2알/일을 처방함.
(3) 환자는 지난번에 크론병을 한약으로 치료한 경험에 의지하여 한의원으로 다시 내원함.
(4) 병원에서는 크론병 재발이므로 경구용 약물로 염증이 억제되지 않으면 생물학적 주사제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권유한 상태로 내시경은 따로 실시하지 않았음.
- 1월 19일: 소화불량과 식욕부진을 동반하는 복통과 설사를 보고 반하사심탕12) (반하 12 g, 황금, 건강, 인삼, 감초 각 6 g, 대조 8 g, 황련 2 g/일)을 처방하여 아침저녁 식후 2회 복용하도록 하였다.
- 2월 8일: 대변 회수는 1∼2회/일, 혈변 1∼2회/주로 줄어듦. 식후 복통 있다 없다 함.
- 3월 15일: 대변 1회/일. 혈변은 3월부터 없고 복통은 감소함. 소론도는 2월 말에 중단하였으며 아자프린과 펜타사는 절반으로 줄임.
- 4월 26일: 대변 1회/일. 혈변, 잔변감, 복통 없으며 식욕 양호함. 양약 중단함.
- 5월 25일: 대변 1∼2회/일. 심하부 하복부에 통증이 가끔 있고 이 때 혈변과 점액변이 동반.
- 5월 27일: 반하사심탕을 복용하여 증상이 호전되었다가 소화불량, 심하비의 증상이 없이 다시 혈변과 점액변이 발생하고 대변 후 후중감, 항문 작열감이 있는 것을 보고 이것을 습열리로 판단하여 백두옹가감초아교탕(황련, 황백, 진피(秦皮) 각 6 g, 백두옹, 감초, 아교 각 4 g/일)을 처방하여 아침저녁 식후 2회 복용하도록 하였다.
- 6월 12일: CRP 수치가 0.39로 떨어져 생물학적 주사제를 맞는 것을 보류함.
- 7월 6일: 복통 소실되고 대변 1회/일. 혈변과 점액변이 모두 소실됨.
- 8월 17일: 제반 증상 모두 소실되고 관해 상태 유지 중. 대변 1회/일.
환자는 처음 발병 시에 극심한 통증과 설사가 발생하여 병원에 내원하였더니 생소한 크론병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증상이 심한데 양약에 반응하지 않아 장 절제술을 권유받은 상태였다. 장을 잘라야 한다는 말에 환자와 가족 모두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며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한의학적인 치료를 해 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처음 치료가 무사히 잘 끝나고 나서 재발했을 때에도 병원에서는 재발한 크론병이므로 생물학적 주사제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하였으나 정작 환자는 지난번에 ‘한방 치료로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하면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였다.
크론병은 원인불명의 만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5-ASA,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의 약물로도 관해가 잘 유도되지 않는 난치성 질환이다4). 경구용 약물로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 infliximab 등의 생물학적 주사제제를 사용하지만 이 치료법의 경우에도 완전하게 관해가 유도되지 않거나 림프암 등의 발생률이 증가하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하기도 한다5).
상기환자는 33세가 되던 2014년 1월에 처음 복통과 혈변, 설사 등이 시작되어 종합병원에서 여러 가지 진단 검사 후 크론병으로 확진되었던 환자이다. 발병 후 1개월 이상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5-ASA 등을 복용하였으나 극심한 복통이 지속되고 있던 상황이었고, 장 절제 수술 등의 방법이 거론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장 절제 수술은 그 결과가 비가역적인 만큼 섣불리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가 한의원에 내원하였다. 내원 시 분명한 복냉, 찬 음식을 섭취할 때 심해지는 복통, 설사가 뚜렷했고, 환자가 오한, 수족냉 등의 한증을 분명하게 보였기에 어렵지 않게 사역탕을 선방할 수 있었으며 사역탕 투여 후 환자는 극적으로 호전되었다.
본 증례에서 사용된 처방들은 주로 염증을 완화하고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역탕은 감초, 건강, 부자로 이루어진 처방으로 배가 차면서 설사를 하는 한리에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처방이며 급성 및 만성위장염, 복통과 설사에 대하여 연구된 바 있다13). 크론병의 경우에도 한리가 분명하게 보이면서 복통을 동반하는 경우 건강과 부자로 찬 것을 몰아내어 한리와 복통을 치료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건강은 궤양성 대장염의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14) 유사한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부자는 독성 때문에 사용을 꺼리는 약재이나 전통적으로 한랭으로 인한 복통이나 설사에 사용되었던 약재이다15). 사역탕으로 치료하여 환자는 제반 증상이 소실되었고 혈액검사 및 내시경 상 관해에 도달하여 약 3년 여간 관해를 유지하였다.
2019년 1월 환자는 다시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복냉과 한리를 전혀 호소하지 않았고 소화불량, 심하비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서 식후에 복통을 동반하였다. 이에 상부소화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반하사심탕을 투여하여 증상이 호전되었다. 반하사심탕은 화학요법 부작용으로 생긴 구강 점막염에 소염진통 효과가 있고 식도암 예방16), IBD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 처방이다8). 그런데 환자가 반하사심탕을 복용하고 잠시 관해 상태인 것처럼 보이다가 1개월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혈변과 복통 등이 발생하고 염증수치 또한 다시 상승하였다. 이때 진찰 시에 환자의 증이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소화불량이나 식욕부진 등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으며 대변을 볼 때 후중감이 발생하고 항문이 화끈거리는 작열감이 동반하면서 혈변이 보이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혈변이 있으면서 열이 있고 후중감이 있을 때는 상한 처방 중에서 백두옹가감초아교탕을 사용한다. 백두옹가감초아교탕은 황련, 황백, 진피(秦皮), 백두옹, 감초, 아교 등으로 구성된 처방이다. 황련17)과 황백, 백두옹18) 등은 장 염증 억제 효과가 보고되었으며, 秦皮에서 추출된 성분인 5-methoxyl aesculetin (MOA)은 종양괴사인사-알파, 인터루킨-6 등의 유도 생산을 유의하게 억제하여 염증성 질환에서 염증 억제에 대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9). 아교는 당나귀의 가죽을 가공하여 만든 약재로 조혈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20) 출혈을 동반하는 염증성 장질환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약재이기도 하다. 백두옹가감초아교탕 자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으나 원방인 백두옹탕은 인체 대장암에 항종양 및 면역 활성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21). 백두옹가감초아교탕을 투여한 후 환자의 증상은 급격하게 개선되었으며 이후 다시 재발하지 않았고, 혈액검사 상 제반 수치도 안정되었으며 내시경 상 전체 대장에 특이소견이 없는 것이 확인되었다. 종합병원에서는 재발한 크론병이므로 CRP 수치가 호전되지 않으면 생물학적 주사제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으나 한약치료로 증상이 소실되고 관해가 유도되어 주사제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 환자의 치료 경과는 여러 가지 생각할 점을 시사해 준다. 첫 번째로 크론병 환자가 보이는 증상에 따라 그 증상에 맞는 처방을 투여하면 관해로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양약을 투여하여 증상의 완화가 이루어지지 않던 상태에서도 증상에 따른 한약을 투여하여 관해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로 한 명의 환자가 서양의학에서 같은 병명으로 진단받고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도 시기와 증상의 변화에 따라 한의학적인 진단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환자의 경우 혈변, 설사, 복통 등의 양상은 첫 발병 시와 재발 시에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비슷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의학적인 변증에는 차이가 있었고 이에 따라 같은 병도 다르게 치료한다는 동병이치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세 번째로 크론병 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서 다중의 원인이 있을 수 있으며 그 원인을 모두 제거해 주어야 관해가 유도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재발 시에 처음에 소화불량을 목표로 반하사심탕을 투여하였던 경우를 보면 소화불량이 해소되면서 증상도 개선되었으나 일시적인 현상이었으며 소화불량이 없는 상태의 혈변이 다시 발생했다. 이에 소화불량이 없는 상태를 고려하여 백두옹가감초아교탕을 투여하고는 관해가 유도되었다. 이것은 크론병과 같은 난치성 질환에서 한 명의 환자에게 다중의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 명의 환자에게서 한열이 상반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그럴 경우 각기 다른 처방으로 효과가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역탕은 건강, 부자로 구성된 처방으로 한증에 사용하는 처방이며 백두옹가감초아교탕은 황련, 황백 등으로 구성되어 열증에 사용하는 처방이다. 한 명의 환자가 시기의 차이를 두고 명백한 한증 처방과 명백한 열증 처방으로 치료하여 모두 효과가 있었다. 한 사람의 같은 질환이라도 증상이 고정불변된 것이 아니며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이 증례는 크론병에 있어서 하나의 치료 사례에 불과하며 여러 한계점이 있으므로 앞으로 관련된 더 많은 연구와 증례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본 증례의 한계 중 주요한 것은 첫 번째 관해 때 한약 종료 직후와 재발 때 한약 치료 시작 전 대장내시경 결과가 누락된 점이다. 한약 치료 시작 시와 종료 후의 대장내시경 소견을 철저하게 갖추어 인과성을 보다 명확하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환자에게 대장내시경을 받아 볼 것을 권하였으나 본인이 원하지 않아 확보되지 못한 점은 본 증례의 한계이자 아쉬운 점으로 향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난치성 질환인 크론병 환자가 한증과, 소화불량, 열증을 보이는 경우에 그에 맞추어서 적절하게 한약으로 치료하는 경우 극심한 복통, 설사, 혈변 등의 증상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례라고 생각되어 환자의 동의를 얻어 보고하는 바이다.
None.
본 연구는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의료기술의 임상근거 강화(KSN2013210)’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The authors can provide upon reasonable request.
저자들은 아무런 이해 상충이 없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