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 특히 얼굴에 분포해 있는 경맥의 경로는 신체 다른 부위에 비해 복잡하다. 얼굴이란 비교적 좁은 영역 안에 모두 6개의 수족 삼양경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머리의 경맥은 수족 육양경 이외에도 족태음비경∙수소음심경∙족소음신경∙족궐음간경이 혀, 눈, 이마, 머리 마루, 입술 등에 분포한다. 뿐만아니라 『靈樞∙經脈 (영추∙경맥)』1)에서 고대 중국인 저자들이 제시하는 頰 (협)∙䪼 (절)∙顴 (관)과 같은 부위는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장소들이기도 하고 의미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도 않다. 따라서 『영추∙경맥』 (「경맥」)의 언어적 설명만으로 각 경맥이 머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장소를 통과하는지 정확하게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전통 침구 문헌 일반에서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경락도가 실린 『醫心方 (의심방)』2)에는 머리의 경락을 전혀 표시하지 않고 있다. 『類證活人書 (유증활인서)』3)와 『醫宗金鑑 (의종금감)』4)의 경우 경맥이 통과하는 부위의 명칭만이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銅人輸穴鍼灸圖經 (동인수혈침구도경)』5), 『十四經發揮 (십사경발휘)』6), 『鍼灸大成 (침구대성)』7), 『釐正按摩要術 (이정안마요술)』8)의 경우에는 경혈연결선 그림이 경맥도를 대신하고 있다. 현대의 WHO 제정 표준경혈문서에 실린 그림 역시 경혈연결선 그림이다9). 경혈들을 연결하여 그린 선은 원칙적으로 경맥도가 아니다. 따라서 현재까지 위치가 구체적으로 묘사된 머리의 경락도는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머리에 위치한 경맥의 구체적 경로를 특정하는 문제는 해당 경맥에 대응하는 해부학적 실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현재 경혈이 위치한 장소의 해부학적 구조물은 잘 정리되어 있고10) 경근에 대한 근육학적 연구는 활발한11-14) 반면 경락의 실질에 대한 일반론에서 더 나아가 특정 경맥에 대해 해부학적으로 접근한 연구는 드물다. 현재까지 팔과 다리의 수태음폐경, 수양명대장경, 수소양삼초경, 수태양소장경, 족양명위경과 근막체계와의 관련성을 논한 연구를 찾을 수 있으며15) 머리의 경맥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경맥의 해부학적 실체에 대한 “동맥 가설(arterial hypothesis)”의 입장에서 머리의 경맥을 접근한다. 경맥의 동맥 가설이란 전통 의학에서 지칭하는 경맥이 해부학적으로 동맥이거나 동맥에 대응한다는 가설을 말한다. 이것의 역사적 기원과 현대 연구는 이전 두 편의 논문에서 상세히 설명하였다16,17). 이에 따르면 漢墓 (한묘) 출토문헌과 『영추』의 이른바 경맥 유주는 특정 동맥들이 주행하는 위치나 분포를 기록한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다. 『足臂十一脈灸經 (족비십일맥구경)』의 臂泰陰脈 (비태음맥)은 노동맥-위팔동맥-겨드랑동맥-심장으로 연속되는 경로이고, 臂少陰脈 (비소음맥)은 노동맥-상척측측부동맥-가쪽가슴동맥의 경로이다. 『陰陽十一脈灸經 (음양십일맥구경)』의 臂鉅陰脈 (비거음맥)은 얕은손바닥동맥활∙온바닥쪽손가락동맥-노동맥-위팔동맥-심장의 경로이고, 비소음맥은 자동맥-위팔동맥-심장의 경로이다16). 『영추∙경맥』의 손을 제외한 상지부위 수태음폐경은 노동맥-위팔동맥-겨드랑동맥의 경로에 해당한다17). 마찬가지로 동맥가설은 머리의 경맥이 이 부위에 위치한 동맥들의 다양한 분지와 경로에 대응한다고 간주한다. 이러한 관점이 타당하다고 확인된다면 머리의 경맥의 정확한 경로와 위치를 확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영추∙경맥』에서 기술하는 경맥의 위치를 공간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머리의 동맥을 찾는 것이다. 경맥의 동맥 가설에서는 경맥을 혈관과 같은 긴 관상(tube)으로 간주하므로 공간적 위치와 더불어 맥관의 경로가 진행하는 방향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공간적 방향이므로 고전적 경맥 유주 방향이나 생리학적인 혈액순환 방향과는 무관하다. 고대 중국의 여건상 경맥 혹은 동맥을 찾기 위해 오늘날처럼 대량의 신체 표본을 조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Kumaratilake 등은 팔의 수궐음심포경 혹은 정중동맥(median artery(a.))을 발견하기 위해 수십 명 정도를 촉진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18). 해부학적으로 혈관의 갯수, 형태, 분지 등에는 다양한 유형과 변이들이 존재한다. 『영추∙경맥』의 경로 역시 의도치 않게 혈관 변이를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대 중국의 이러한 해부학적 한계와 『영추∙경맥』의 단순화된 서술 스타일을 생각하면 대략적인 공간적 위치의 대응만 확인되어도 머리 경맥의 동맥 가설은 충분히 타당성과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가설에 입각하여 『영추∙경맥』에 기록된 머리의 手三陽經 (수삼양경)인 手陽明大腸經 (수양명대장경)∙手太陽小腸經 (수태양소장경)∙手少陽三焦經 (수소양삼초경)을 검토해 본 결과 대응하는 동맥의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기에 다음과 같이 보고하는 바이다.
『영추∙경맥』의 수삼양경의 내용 중 머리 부위의 기록을 고찰하였다. 여기서 머리는 해부학적으로 두개골(skull)과 그에 부속된 기관과 표면조직을 모두 포함한다. 경맥을 제시하는 순서는 『영추∙경맥』에 기록된 순서에 의거한다. 먼저 『영추∙경맥』의 해당 경맥의 원문과 해석을 제시한 후 그것이 어떤 동맥에 대응되는지를 머리의 동맥에 대한 해부학적 문헌들을 통해 검토하였다.
∙其支者: ① 從缺盆上頸 ② 貫頰 ③ 入下齒中 ④ 還出挾口 ⑤ 交人中, 左之右, 右之左 ⑥ 上挾鼻孔.
∙분지: ① 결분(빗장뼈 위가장자리)에서 앞목으로 올라와서 ② 뺨을 통과해서 ③ 아래턱의 치아 속으로 들어가고 ④ 다시 입의 가쪽으로 돌아나와 ⑤ 인중에서 교차하는데 좌측의 분지는 오른쪽으로 가고 오른쪽의 분지는 왼쪽으로 가며 ⑥ 위로 올라가 콧구멍의 가쪽으로 간다.
머리에 분포하는 동맥체계는 온목동맥(common carotid artery(a.))과 척추동맥(vertebral a.)에서 기원한다. 이 중 온목동맥은 보통 방패연골(thyroid cartilage)의 상연에서 바깥목동맥(external carotid a., ECA)과 속목동맥(internal carotid a., ICA)으로 분기된다19). 우측 온목동맥은 복장빗장관절(sternoclavicular joint)의 뒤에 있는 팔머리동맥 줄기(brachiocephalic trunk)에서 시작하고, 좌측 온목동맥은 대동맥활에서 직접 갈라져 나온다20). ICA는 목 부위에서는 분지가 없고 목동맥관(carotid canal)을 통해 두개(cranium) 안으로 들어가므로 얼굴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①과 ②는 온목동맥이 빗장뼈 높이를 통과하여 상행하다가 ECA의 줄기로 연속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Fig. 1).
ECA는 목, 얼굴, 두피에 있는 기관과 조직에 혈액을 공급하는 8개의 분지를 낸다: 위갑상동맥(superior thyroid a.), 오름인두동맥(ascending pharyngeal a.), 혀동맥(lingual a.), 얼굴동맥(facial a., FA), 뒤통수동맥(occipital a.), 뒤귓바퀴동맥(posterior auricular a., PAA), 얕은관자동맥(superficial temporal a., STA), 위턱동맥(maxillary a., MxA)20). 이 중 MxA는 아래턱 목(neck of mandible)의 심부와 덧귀밑샘(parotid gland)에서 ECA로부터 거의 수직으로 분지된 후 일반적으로 비스듬히 위를 향해 진행하다가 날개입천장오목(pterygopalatine fossa)에서 끝난다21). MxA는 보통 9개의 분지를 가지는데22) 이 중 2개가 각각 아래턱/위턱의 치아 및 잇몸을 향해 진행한다. 아래이틀동맥(inferior alveolar a., IAA)은 MxA의 근위부에서 갈라져 나와 하행하여 아래턱뼈의 안쪽면에 있는 턱뼈관(mandibular canal)으로 들어가서23) 아래턱뼈, 이틀돌기(alveolar processes), 치아, 치주, 아래턱과 입술 등에 분포한다(Fig. 1)24).
FA는 목뿔뼈(hyoid bone)의 큰뿔(greater cornu) 높이에서 갈라져 나와 두힘살근(digastric muscle(m.))과 붓목뿔근(stylohyoid m.) 밑을 비스듬히 지나가다 아래턱뼈 아래 가장자리를 넘어 볼부위(buccal region)를 비스듬히 가로질러 입꼬리(angle of mouth)를 지나 코의 외측이나 눈의 내측(눈구석동맥(angular a.))에서 끝난다25,26). FA는 입꼬리 외측에서 아래입술로 가는 아래입술동맥(inferior labial a., ILA)과 위입술로 가는 위입술동맥(superior labal a., SLA)으로 갈라진다. 이들 각각은 반대쪽의 같은 이름을 가진 동맥과 교통하거나 교차한다. ILA는 아래입술내림근(depressor labii inferioris m.)의 밑을 지나 앞쪽으로 주행하여 아래입술의 근육과 점막, 입술샘(labial gland)에 분포하며 SLA는 위입술 가장자리를 따라 입둘레근(orbicularis oris m.)과 점막 사이를 통과하여 위입술, 코중격 및 콧방울에 분포한다27). ②는 FA가 뺨 부위를 통과하는 경로를 묘사하고 있다. FA는 입꼬리 부근에서 ILA와 SLA로 분지되는데 ILA는 아래입술로 들어가므로 아래치아로 들어간다고 기술하고 있는 ③과 일치하지 않는다. ④는 아래입술로 들어간 경로를 동일하게 돌아나와서 입꼬리 부근을 지나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입꼬리 부근은 ILA와 SLA가 분기되는 지점이므로 SLA는 입꼬리로부터 상행하여 위입술 가장자리를 둘러싼다. ⑤는 위입술의 정중선 부근에서 반대편의 SLA와 서로 교통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Fig. 1, 2).
코에 분포하는 FA는 본줄기에서 갈라져 나오는 가쪽코가지(lateral nasal branch)와 아래콧방울가지(inferior alar branch)가 있고, SLA에서 코사이막(nasal septum)을 향해 수직으로 갈라져 나오는 코사이막가지(nasal septal branch, NSbr)가 있다28). ⑥은 문맥상 이중 위입술에서 코사이막과 콧구멍을 향해 올라오는 NSbr을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맥」의 서술만으로는 여기에 입술동맥의 분기점과 가쪽 코가지의 분기점 사이의 FA의 경로가 포함되는지 불분명하다. 그런데 『素問∙氣府論』에 “콧구멍 가쪽 가장자리(鼻孔外廉 (비공외렴))”가 手陽明脈氣 (수양명맥기)가 나오는 곳이라는 기록이 있으므로 이 구간 역시 수양명대장경에 속한다고 확정할 수 있다(Fig. 2).
∙其支者: ① 從缺盆循頸 ② 上頰 ③ 至目銳眥 ④ 却入耳中.
其支者: ⑤ 別頰上䪼, 抵鼻, 至目內眥 ⑥斜絡於顴.
∙분지 1: ① 결분(빗장뼈의 위가장자리)에서 앞목을 따라 ② 뺨으로 올라가서 ③ 가쪽눈구석에 도달한 후 ④ 되돌아가서 귓속으로 들어간다.
분지 2: ⑤ 뺨에서 갈라져 나와 코의 가쪽 광대뼈로 올라가서 코에 닿은 후 안쪽 눈구석에 도달하며 ⑥ 광대에 비스듬히 그물처럼 연결된다.
①은 목 부위에서 ECA의 경로를 나타낸다. ECA에서 분지하여 곧바로 목예자 즉 가쪽눈구석(lateral canthus)을 향해 가는 것은 얕은관자동맥(superficial temporal a., STA)의 분지인 광대눈확동맥(zygomatico-orbital a., ZOA)이다. STA는 광대활(zygomatic arch) 윗부분 높이에서 ECA로부터 갈라져 나온다29). 이 분기점까지의 경로가 ②이다(Fig. 1).
ZOA는 porion (외이도 위가장자리 중점) 앞 평균 1.15 cm 떨어진 지점에서 분기하여 가쪽눈구석을 향해 광대활과 평행하게 얼굴을 주행하다 눈둘레근(orbicularis oculi m.)에서 안와주위 동맥활(arterial arcades)과 문합을 형성한다29,30). ③은 이러한 ZOA의 경로를 묘사한 것이다(Fig. 1).
STA는 보통 6개의 분지를 가지는데 귀에 분포하는 분지가 앞귓바퀴동맥(anterior auricular a., AAA)이다. AAA는 귓바퀴(helix), 귓불(lobule), 귀구슬(tragus)로 가는 세 갈래의 가지들로 이루어져 있다31). ④는 관찰자의 시선이 ZOA를 따라 가쪽눈구석으로 간 후 시선이 온 경로를 다시 되돌아가서(“却”) AAA를 따라 귀로 들어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Fig. 3).
광대활 아래 약 1 cm 높이에서 가로얼굴동맥(transverse facial a., TFA)이 STA로부터 갈라져 나온다32). TFA는 광대활과 귀밑샘관(parotid duct) 사이에서 얼굴 측면을 주행하는데 길이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깨물근(masseter m.)을 넘어서지 못 하는 유형 I; 코입술주름(nasolabial fold)까지 가서 FA와 문합되는 유형 II; AA까지 연속되어 콧등동맥(dorsal nasal a.)과 문합되는 유형 III33). ⑤는 TFA가 광대활 아래 뺨 부위에서 갈라져 나와 광대활 아래 가장자리를 따라가다 코의 외측을 지나 AA까지 연속되는 유형 III을 묘사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TFA는 주행하면서 광대뼈에 분포하기도 하고 FA나 눈확아래동맥(infraorbital a., IOA) 등과 문합을 이루기도 한다34). 이러한 모습을 ⑥에서 광대뼈 영역에 그물처럼 연결(“絡”)되어 있다고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Fig. 1).
∙其支者: ① 從膻中上出缺盆 ② 上項 ③ 系耳後 ④ 直上出耳上角 ⑤ 以屈下頰 ⑥ 至䪼.
其支者: ⑦ 從耳後入耳中 ⑧ 出走耳前 ⑨ 過客主人前 ⑩ 交頰 ⑪ 至目銳眥.
∙분지 1: ① 단중(복장뼈 중앙)에서 위로 빗장뼈 위가장자리로 나와 ② 뒷목으로 올라가 ③ 귀 뒷면에 연결되고 ④ 귀 꼭대기 위로 수직으로 나와 ⑤ 구부러지면서 뺨으로 내려와서 ⑥ 코의 가쪽 광대에 도달한다.
분지 2: ⑦ 귀 뒤에서 귓속으로 들어가 ⑧ 귀 앞으로 나오고 ⑨ 객주인혈(광대뼈 위가장자리) 앞을 지나가는데 ⑩ 뺨과 교통하면서 ⑪ 가쪽눈구석에 도달한다.
①은 대동맥활에서 온목동맥을 지나 ECA로 연속되는 경로를 묘사하고 있다. 귓바퀴 뒤편의 피부와 근막에 대한 혈액공급은 ECA의 후면 분지들인 뒤귓바퀴동맥(posterior auricular a., PAA)과 뒤통수동맥(occipital a.)이 담당한다35). 이 중 PAA는 두힘살근과 붓목뿔근 바로 위에서 ECA 후면에서 갈라져 나와 턱밑샘과 붓돌기 사이를 지나 귓바퀴연골과 유양돌기 사이의 고랑으로 올라가36) 귓바퀴(auricle) 후면뿐만 아니라 귓불을 제외한 귓바퀴 대부분에 혈액을 공급한다37). ②는 PAA가 ECA로부터 연속되어 꼭지돌기 부근의 뒷목으로 올라가는 경로를 서술한 것이다(Fig. 1, 4). PAA는 귓바퀴연골과 꼭지돌기 사이의 두개골 표면을 따라 똑바로 상행하면서 귓바퀴 후면에 3∼5개의 분지를 내는데38) ③에서 이 모습을 “系 (계)”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Fig. 4). 이 분지들은 귓바퀴 테두리를 향해 귓바퀴연골 후면을 방사상으로 주행하고 귓바퀴 테두리의 동맥활(helical rim arcade, HRA)과 연결된다39).
④와 ⑤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HRA가 귓바퀴 테두리를 따라 상행해서 귓바퀴의 꼭대기에 도달한 후 둥글게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을 기록한 것이다. HRA의 형성에는 STA의 분지인 AAA가 주로 관여한다39). 따라서 HRA의 주간 동맥인 AAA를 따라가면 STA가 나오게 된다. 둘째, PAA의 유형은 길이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대부분 외이도 높이와 마루첨(vertex) 사이에서 끝난다37). ④는 PAA가 귓바퀴의 꼭대기 높이를 넘어서는 것을 묘사하는 것이고 ⑤는 PAA와 STA 사이가 문합으로 연결되어 STA의 기시부를 향해 곡선으로 하행하는 모습40)을 기록한 것이다. 老官山 (노관산)41)과 雙包山 (쌍포산)42)에서 출토된 漢代(한대) 경맥인형의 얼굴 부위 노선을 참고해 보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Fig. 3).
이후의 경로는 수태양-⑤의 경로와 동일하다고 생각된다. 수태양-⑤의 경로인 TFA의 길이는 전술했듯이 변이가 다양하다. 아마 수태양경의 경로를 기록하기 위해 사용한 신체 표본에서 TFA가 코나 눈까지 도달하지 못 하고 ⑥에서 기록한 것처럼 코의 가쪽 광대뼈 영역(“䪼 (절)”)까지만 도달했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된다.
⑦과 ⑧은 PAA의 관통분지(perforating branches)의 경로를 묘사하고 있다. PAA는 2∼4개의 관통분지를 내는데 이들은 귓바퀴연골을 뚫고 귓바퀴의 전면에 도달한다. 귓바퀴의 전면은 AAA의 분포 영역이므로 STA와 연속된다(Fig. 4). 귀구슬 앞 광대활 위에서 느껴지는 맥박이 STA의 맥박이며 이것이 『素問∙三部九候論 (삼부구후론)』과 『靈樞∙厥病 (영추∙궐병)』에서 말하는 “耳前(之)動脈 (이전(지)동맥)”이고 耳門 (이문, TE21)의 위치이다.
⑨∼⑪은 수태양-②∙③의 경로와 동일하다. 전술했듯이 STA의 분지인 ZOA는 가쪽눈구석을 향해 광대활과 평행하게 주행하므로 ⑨에 기록된 대로 광대활 위가장자리에 위치한 “客主人 (객주인)” 즉 上顴 (상관) (GB3)을 지나 ⑪ 가쪽눈구석 부근에 도달한다. ZOA는 주행하면서 아래로 작은 분지들을 내는데 일부는 광대활을 넘어 뺨 영역에 분포하고 일부는 TFA와의 사이에 교통가지들을 형성한다. 이것을 광대뼈 통과활(transzygomatic arcades, TZA)이라고 부르기도 한다43). ZOA는 얼굴신경(facial nerve)의 관자가지, 광대가지, 뺨가지에 혈액을 공급하는데(vasa nervorum) 이 신경들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따라 망상구조를 이루고 있다44). ⑩은 뺨 영역에서 그물처럼 서로 교차하는(“交(교)”) 이런 분지들의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Fig. 1).
『영추∙경맥』에 기록된 수삼양경의 머리 경로는 모두 ECA의 표층 동맥들의 위치와 경로를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MxA와 같은 ECA의 심층 동맥들은 수삼양경에 속하지 않는다. 수삼양경은 머리 중 거의 대부분 얼굴에 분포한다. 수양명경은 주로 턱뼈각(mandibular angle)과 입술 영역에 분포한다. 수태양경의 머리 제1분지는 주로 광대활 위의 관자뼈 및 나비뼈 영역과 귓바퀴 전면에 분포한다. 제2분지는 주로 광대활 아래의 광대뼈 영역, 위턱뼈의 안와 아래/코 가측 영역에 분포한다. 수소양경의 제1분지는 주로 귓바퀴 주변 관자뼈 영역 및 귓바퀴 후면과 광대활 아래의 광대뼈 영역에 분포한다. 제2분지는 주로 귓바퀴 전후면, 광대활 위의 관자뼈∙나비뼈 영역에 분포하고 광대활 아래의 수소양경 제2분지 즉 가로얼굴동맥과 교통한다. 수삼양경의 경로가 기록된 『영추∙경맥』의 원문에 대응하는 동맥은 Table 1에 정리하였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동맥체계에 기초하여 새로 그린 머리의 수양명대장경맥도는 Fig. 5, 수태양소장경맥도는 Fig. 6, 수소양삼초경맥도는 Fig. 7을 각각 참조하라.
ECA의 표면 분지들은 서로 연결되어 매우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머리의 수삼양경에 관한 한 「경맥」을 쓴 고대 중국인들은 이 네트워크를 주의 깊게 관찰하여 주요한 동맥들과 그 분지들, 상호연결을 기록했던 것으로 보인다. 머리의 수삼양경에 대한 「경맥」의 기록이 현대 해부학의 동맥 분포 연구결과와 충분히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머리의 수삼양경에 관한 경맥의 동맥가설은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수삼양경의 머리 경로를 동맥으로 설정하면 「경맥」의 수양명경 서술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경맥」의 ③∼⑤는 수양명경이 치아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입주위를 둘러싸고 위입술 가운데에서 좌우가 교차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동맥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불가능하다. 해부학적으로 치아에 분포하는 IAA는 멀리 떨어져 있는 SLA와 직접적인 연결을 가질 수가 없다. ILA의 경우 IAA가 아래턱뼈의 턱끝구멍(mental foramen)을 통해 나온 끝가지인 턱끝동맥(mental a., MtA)과 서로 문합을 이룬다45). 또한 FA의 변이분지가 턱뼈관으로 들어가 IAA와 문합한 희귀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46). 두 경우 모두 아래턱에서 문합이 이루어지므로 人中 (인중) 부위에서 교차한다는 「경맥」의 기록과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맥」의 저자가 이 부위의 동맥 분포를 잘못 관찰하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세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경맥」의 저자는 첫째, IAA-MxA-ILA-SLA로 이어지는 경로를 묘사하였다. 둘째, IAA가 입술뿐만 아니라 치아에도 분포한다고 (잘못) 생각하였다. 셋째, IAA가 아래 치아에 분포한 후 다시 돌아 나와 FA에서 ILA-SLA로 연결되는 모습을 기록하였다. 족양명위경에서 입술∙치아의 경맥을 기록하고 있는 부분을 참조해 볼 때 두 번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족양명경과 수양명경은 주로 얼굴의 표면에 분포한다. 반면에 MxA는 얼굴의 심부에 분포하는 동맥이므로 분포영역이 이들과 다르다. 「경맥」의 관찰자는 ILA가 아래입술 이외에 아래치아에도 들어가는 것으로 오인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해부학적으로 치아의 혈액공급은 MxA의 분지들이 독점한다. 반면에 잇몸(gingiva)의 혈액 공급은 혀밑동맥(sublingual a.), 턱끝동맥, 볼동맥(buccal a.), 큰입천장동맥(greater palatine a.), 눈확아래동맥(infraorbital a.), 뒤위이틀동맥(posterior superior alveolar a.) 등 여러 동맥들로부터 유래한다47). 입술동맥의 경우 작은 분지들이 잇몸-점막 경계에서 곁동맥얼기를 형성하여 인근의 잇몸에 혈액을 공급한다48). 이처럼 ILA는 상당히 부수적으로 잇몸에만 관여하고 치아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엄격히 말하자면 동맥의 관점에서 「경맥」의 해당 부위 기록은 오류로 보이므로 “아래입술로 들어간다”라고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혹자는 여전히 머리의 수삼양경이 정말 동맥인가라고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경맥」의 수삼양 각 경맥은 일반적으로 최초의 장소에서 최종 장소까지 연쇄적인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고 경우에 따라 특정 장소에서 분지된 것 역시 연쇄적으로 최종 장소에 이르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연쇄적 기술에 적합한 구조물은 형태적으로 상당히 긴 선형(linear form)일 것이다. 고대 중국의 문명 수준에서 인체 내부에서 육안으로 관찰가능한 해부학적으로 긴 선형인 것은 혈관, 신경, 힘줄, 인대, 림프관 등이다. 이중에서 분지 구조를 가지는 것은 혈관, 신경, 림프관이다. 해부학의 신경이 유럽으로부터 중국으로 소개된 것은 17세기이고49) 그전까지 중국에는 신경을 지칭하는 단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의 경우를 보면 신경은 힘줄과 흔히 혼동되었다50). 17세기 중국에서 신경이 “筋 (근)”으로 번역된 이유 역시 둘 사이의 형태적 유사성 때문이지 아닐까 추측된다. 따라서 역사적으로나 형태적으로나 신경은 후보에서 배제된다. 章太炎 (장태염), 陸淵雷 (육연뢰), 鍾益 (종익) 등은 『내경』의 三焦 (삼초)를 림프계통으로 해석한다51). 그러나 『내경』의 삼초에는 머리에 대한 언급이 없다. 또한 림프관은 크기가 미세하고 대부분의 림프액은 투명(암죽(chyle)은 우유색)해서 육안으로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내경』의 경맥은 血氣 (혈기)를 운행시키는 것(『靈樞∙本藏 (영추∙본장)』)이고 혈의 색깔은 붉은 색이라고 명시되어 있다(『靈樞∙決氣 (영추∙결기)』). 따라서 림프관도 후보에서 배제된다. 이제 남은 것은 혈관이다. 脈에는 『素問∙刺腰痛 (소문∙자요통)』의 “解脈 (해맥)”, “衡絡之脈 (형락지맥)”, “直陽之脈 (직양지맥)” 등처럼 사혈할 수 있는 정맥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것들은 위치가 국소적이고 경맥에 속하지 않는다. 경맥이 맥박이 뛰는 곳이라는 연구16,17)와 오수혈 등 주요 경혈이 맥박이 뛰는 곳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경맥은 정맥 보다는 동맥이라고 판단된다. 이상으로 공간적 배치와 구조적 형태의 두 가지 측면에서 머리의 수삼양경은 머리에 분포하는 동맥 체계의 일부라고 생각된다.
해부학적으로 동맥으로 판단된 머리의 수삼양경맥의 속성은 기존의 경맥에 관한 통념과 상당히 다르다. 첫째, 경혈연결선 그림으로(혼동되어) 대표되는 기존의 경맥 노선은 매끄러운 직선으로 피부 표면에 그려져 있다. 실제 경맥은 피부 표면이 아닌 동맥처럼 피하의 깊이에 위치한다. 경맥의 모습은 2차원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관의 형태이며 경로는 직선이 아니고 구불구불하다. 따라서 전통 경맥도는 투시도 혹은 피부표면으로의 투영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야 된다. 둘째, 경맥은 그동안 암묵적으로 비가시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동맥으로서 머리의 수삼양경맥은 해부를 통해 육안으로 관찰가능한 구조물이다. 또한 초음파, X-선, CT, MRA 등 비침습적 방법으로 검사할 수 있으며 외과적 수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셋째, 경맥의 노선은 모든 사람들에게 예외 없이 동일한 것으로 암묵적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동맥은 개인간의 변이가 다양해서 길이, 굵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지의 형태가 존재한다. 심지어 어떤 동맥을 갖지 않은 개인이 있으며 좌우가 다른 경우도 존재한다. 따라서 수삼양경맥에 대해서도 역시 개인간의 차이와 변이를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태양 제2분지와 수소양 제1분지는 동일하게 TFA로 생각되지만 「경맥」의 저자는 길이가 서로 다른 유형의 인체표본을 관찰하였고 이것을 서로 다른 경맥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수태양 제1분지처럼 안와 아래/코 가측까지 연장되는 TFA는 AA로 연속되어 AA와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렇게 연장된 경로 보다는 수소양 제2분지와 같은 분포가 더 전형적이라고 생각된다. 넷째, 그동안 각 경맥의 노선은 중첩이 존재 하지 않는 서로 개별적인 체계(discrete system)로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수태양경과 수소양경의 분지들에서 보았듯이 이들은 부분적으로 동일한 경로를 공유한다. 이것은 「경맥」의 분류가 순수한 관찰에 의한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하며 아마 임상적 경험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다섯째, 「경맥」의 각 경맥은 이른바 流注 (유주) 혹은 흐름에 따라 항상 연속적으로 서술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분지를 가지며 그물과 같은 혈관의 공간적 배치를 고려하면 「경맥」의 서술이 항상 흐름의 연속을 묘사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여섯째, 「경맥」의 머리 수삼양경 경맥 묘사는 복잡한 동맥 네트워크를 완전하게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주요한 경로는 다루고 있지만 일부 경로와 분지에 대한 단순하고 도식화된 스케치에 가깝다. 혈관 해부학에 기초하여 보다 정확한 경로를 특정하고 누락된 부분을 보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 편 본 연구는 주로 문헌분석과 기존의 해부학적 정보에 기초하였기에 실물 인체 표본을 통하여 확인하지 못 하였다는 한계를 가진다. 추후에 실제 인체 표본을 통한 해부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머리의 수삼양경의 경로가 해부학적으로 동맥에 대응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머리의 다른 경맥 역시 동맥에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동맥학(arteriology)을 기초로 경맥의 해부학적 분포와 구조를 해명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머리에 있는 수양명대장경∙수태양소장경∙수소양삼초경의 경로를 경맥의 동맥가설을 적용하여 검토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머리의 수삼양경의 경로는 머리 부위 동맥의 분포 및 경로와 일치하므로 이 부위의 동맥 가설은 타당하다.
2. 머리의 수삼양경의 경로는 모두 바깥목동맥의 분지들이다.
3. 머리의 수양명대장경은 얼굴동맥, 아래입술동맥, 위입술동맥에 대응한다.
4. 머리의 수태양소장경의 제1분지는 얕은관자동맥, 광대눈확동맥, 앞귓바퀴동맥에 대응한다. 제2분지는 가로얼굴동맥에 대응한다.
5. 머리의 수소양삼초경의 제1분지는 뒤귓바퀴동맥, 얕은관자동맥, 가로얼굴동맥에 대응한다. 제2분지는 뒤귓바퀴동맥, 앞귓바퀴동맥, 광대눈확동맥 등에 대응한다.
None.
None.
The authors can provide upon reasonable request.
저자는 아무런 이해 상충이 없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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