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삼리는 사총혈 중의 하나로서, 인체 내의 경혈 중에서 임상과 연구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경혈 중에 하나이다1). 세계보건기구 경혈 위치 표준안에 기반한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표준경혈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족삼리의 위치는 “종아리 앞쪽 면, 독비(ST35)와 해계(ST41)를 연결하는 선을 16촌으로 하여, 독비에서 아래쪽으로 3촌에 해당됨(on the anterior aspect of the leg, on the line connecting ST35 with ST41, 3 B-cun inferior to ST35.).”으로 기술되어 있고, “앞정강근(tibialis anterior muscle) 근육 위에 있다(note: ST36 is located on the tibialis anterior muscle.)”고 부기하고 있다(1). 또한 족삼리를 취혈할 때, “앉은 자세에서 발목에 힘을 빼거나, 또는 바로 누워 무릎을 굽힌 자세에서, 독비(ST35) 아래쪽 3寸, 앞정강근(tibialis anterior muscle) 위에 취혈한다. 정강뼈거친면(tuberosity of tibia), 종아리뼈머리(head of fibula), 족삼리(ST36)가 정삼각형 모양을 이룸”으로 설명한다.
족삼리의 위치를 정하는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에서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다2). 전통적으로 여러 문헌에서 “슬하삼촌(膝下三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종축으로 3촌 떨어지 것에 대한 이견은 없지만, 횡축으로 정강뼈(tibia)에서 얼마큼 떨어져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술이 없어, 최종적인 표준안에는 횡축에 대한 명확한 설명없이 “앞정강근 근육 위에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에 경혈학 교육과 침구임상 현장에서 족삼리의 취혈은 앞정강근 바로 가쪽, 앞정강근의 중점 혹은 정강뼈에서 1횡지 벗어난 곳, 앞정강근에서 1촌 정도 떨어져서 앞정강근과 긴발가락폄근(extensor digitorum longus muscle) 두 근육 사이 등 다양한 위치로 진행되고 있다(Fig. 1). 독일의 연구에서, 41명의 의사에게 족삼리 취혈을 지시하고 이를 분석하였을 때, 체표 상에서 대략 20.7 cm2의 변이를 갖고 보인다3). 이로 인해 족삼리에 자침을 시행할 때 취혈의 정확성에 대한 크고 작은 논쟁이 제기된다.
조선 중기 허임이 저술한 『침구경험방』의 [그릇된 취혈법(訛穴)]편에서 족삼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동인경』을 인용하며, “무릎뼈에서 3촌 아래로 내려온 부위에서 정강뼈 바깥쪽 모서리 두 근육 사이에 움푹한 곳에 있다”고 하였고, 『십사경발휘』를 인용하여 “무릎뼈 3촌 아래 정강뼈 바깥쪽 모서리에 있는데, 정강뼈 1촌 옆에서 두 근육 사이 움푹 들어간 곳이다. 손으로 두 근육 사이를 누르면 발등에 태충맥(太衝脈)이 뛰지 않게 되니 이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하였다. 허임은 이에 대해 “요즘 사람들은 단지 정강뼈 바깥 모서리에 움푹 들어간 곳에서만 취혈하고, 삼리혈이 두 근육 사이에 움푹 들어간 곳에 있다는 사실은 살피지 않는다”고 하였다(2). 이를 통해 당시에도 족삼리 취혈에 있어 무엇을 기준으로 정확한 혈위의 횡축 기준을 정할 지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던 상황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침구경험방』의 취혈법을 분석한 연구에서, 족삼리의 위치를 앞정강근 위에서 취혈하는 것은 『침구경험방』에서 지적한 오류에 해당하고, 앞정강근과 긴발가락폄근 두 근육 사이에서 취혈할 것으로 제안하였다4). 『침구경험방』을 포함한 여러 고전문헌에서 족삼리의 취혈법에 대해 서술할 때 체표상 특징점만을 가지고 취혈하는 것이 아니라, 두 근육의 사이라는 서술을 강조한 점과 해당 부위를 눌렀을 때 발등의 동맥이 뛰지 않는 것의 의미를 기술한 점을 통해, 족삼리를 정확하게 취혈하기 위한 여러가지 촉진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고전문헌에서 기술한 족삼리 취혈법에 대한 고찰과 족삼리 주변의 신경해부학적 특성을 기반으로, 족삼리 취혈의 올바른 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동일한 경혈을 취혈하는 경우에도 시술자 마다 경혈의 위치에 있어 다양한 변이가 발생된다5). 인체 체표상의 2차원상의 좌표로만 경혈의 정위를 설명한다면, 경혈 취혈에서 다양한 변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침은 단순히 체표상의 점을 자극하는 것보다는 피부 안에 일정 정도의 깊이에 내재된 말초신경 부위에 이르렀을 때 득기감을 유도하고, 이로써 원하는 침 치료 임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6). 자침의 대상이 피부상의 자입이 시작되는 지점이 아니라, 인체 내부의 있는 말초 신경 혹은 근육의 방아쇠점 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2차원이 아닌 3차원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7).
족삼리의 위치를 정하는데 있어서도 체표상에서 서로 다른 위치를 통해 침이 자입되더라도 궁극적으로 인체 내에서 침첨이 자극하는 대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인체 내의 사지말단 부위의 대부분의 경혈은 말초신경지배와 연계되고, 높은 빈도로 신경말단과 접점을 가진다8). 족삼리도 인체의 주요 경혈로서 이러한 신경학적 분포를 바탕으로, 국소적인 진통효과 뿐만 아니라 전신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주요 경혈에 해당한다7,9). 최근까지도 인체의 많은 경혈들과 말초신경과의 분포와의 연관성에 대해 신경해부학적 고찰이 진행되고 있다10,11). 예를 들어, 뒷정강신경(pos-terior tibial nerve)의 분지와 족소음신경 태계(KI3)의 신경해부학적 특성이 설명된다10). 족삼리의 위치도 경혈 주변의 신경해부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경혈의 신경해부학적 특성을 고려하여 자침할 경우 해당 신경이 분포하는 부위까지 침이 이르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체표상의 2차원의 접근이 아닌, 침 끝이 겨누는 대상의 깊이를 고려하여 취혈해야 한다.
궁둥신경(sciatic nerve)은 다리 오금 상방에서 온종아리신경(common peroneal nerve)과 정강신경(tibial nerve)으로 분지하고, 총비골신경은 되돌이관절신경(recurrent articular branch), 얕은종아리신경(superficial peroneal nerve), 깊은종아리신경(deep peroneal nerve)으로 분지된다. 이 중 깊은종아리신경은 앞쪽 구획 내의 앞정강근, 긴발가락폄근, 긴엄지폄근(extensor hallucis longus muscle) 등을 신경지배한다. 깊은종아리신경은 앞정강근 후면에 위치하는 뼈사이막의 위에 존재하고, 깊은종아리신경과 앞정강동맥(anterior tibial artery)과 앞정강정맥(anterior tibial vein)이 신경혈관다발(neurovascular bundle)을 이룬다.
『침구대성』 등 여러 문헌들에서 족삼리 해당 부위를 깊이 누르면 발등의 동맥이 맥동이 멈추는 현상에 대해 기술하였다(3). 깊은종아리신경과 앞정강동맥 등이 신경혈관다발을 이루어서 발등동맥(dorsalis pedis artery)에 이르는데, 이 신경혈관다발을 함께 깊게 눌러서 발등 부위의 동맥에 멈추는 것을 확인하여 해당 신경혈관다발을 확인하는 과정을 기술한 것으로 해석된다4). 이를 통해, 족삼리의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깊은종아리신경과 함께 신경혈관다발을 구성하는 앞정강동맥의 촉진을 통해, 자침의 목적인 깊은종아리신경의 위치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족삼리를 취혈하는 과정을 기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득기감 발생 부위 분포에 대한 연구에서도 족삼리에 침 자극을 가하는 경우, 대부분의 연구에서 깊은종아리신경이 분지하는 정강뼈 앞쪽에서 발등부위에 이르는 득기감을 보고하였다12). 또한, 최근 인체를 대상으로 한 침 진통 연구에서, 족삼리에 해당하는 깊은종아리신경에 침 자극을 한 경우 국소 부위에 아데노신의 증가를 일으키고 진통효과를 나타내고, 주변 부위를 자극하거나 침이 적절하게 자입되지 않는 경우는 이런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13). 또한, 동물실험에서도 족삼리 부위 해당 신경에 이르는 깊은 부위에 침이 이른 경우에 한해서, 미주신경-부신 축을 통해서 전신적 항염작용이 관찰되었다14).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 족삼리 주변의 해부학적 구조를 고려할 때, 족삼리 자침은 깊은종아리신경 자극을 목표로 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Fig. 2A)15). 이상의 내용에 근거하여, 족삼리의 신경해부학적 특성은 깊은종아리신경과 연관됨을 알 수 있다.
깊은종아리신경이 족삼리에 관여하는 신경 지배로 볼 때, 어느 정도 깊이와 어떤 방향을 자침하는 것이 필요한가? 『동의보감』에서는 족삼리의 자침 깊이를 1촌으로 제안하고 있고, 다양한 문헌들에서 족삼리의 자침 깊이를 0.8∼1.5촌으로 제안하고 있다16,17). 최근, 초음파영상을 통한 분석에서, 피부에서 깊은종아리신경과 앞정강동맥 등으로 구성된 신경혈관다발까지의 거리는 평균 2.61 cm 정도 해당한다는 보고가 있다18).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 피부에서 신경혈관다발까지의 평균 거리는 3.01 cm 정도로 관찰되었다19). 인체에서 앞정강근의 후면에 위치하는 깊은종아리신경 자극을 위해서는 피부에서부터 약 2.5∼3.0 cm 정도 깊이에 이르러야 한다. 적절한 자침 깊이는 성별, 체중, 체질량지수 등에 따라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20,21). 족삼리를 자극하기 위한 적절한 자침 깊이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초음파 영상 등을 통해 해당 신경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자침하거나, 자침 깊이를 다르게 해가면서 환자 및 시술자의 득기감 유무를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적절한 자침 깊이에 이르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족삼리의 적절한 자극 방법은 피부에서 깊은종아리신경에 도달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침이 앞정강근을 뚫고 깊은종아리신경에 이르게 할 것인지, 앞정강근과 긴발가락폄근 사이로 침이 뚫고 들어가 깊은종아리신경에 도달하게 할 것인지 두 가지 방식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방식이 체표상에서는 서로 다른 점에 해당하지만, 자침 각도를 달리하여 인체 내에 존재하는 목표 신경에 이르는 방식은 동일할 수 있다. 다만, 『침구경험방』 등에서 제안한 앞정강근과 긴발가락폄근 두 근육 사이를 통해 침을 자입하는 방식이 근육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원하는 곳에 침을 이르게 하는 방식일 수 있다(Fig. 2B). 현재로서 두 가지 방식 중에 어떤 방식으로 자침하는 것이 치료 효과가 더 좋은지를 확인하기는 어렵고, 관련된 연구는 추후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적절한 자침 깊이와 자침 방향을 고려하여, 족삼리를 취혈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고전문헌에서의 족삼리의 취혈법과 족삼리 주변의 신경해부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족삼리 취혈에 대한 방안을 제안하였다. 족삼리 자침을 통해 목표로 하는 신경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이를 효과적으로 자극하기 위한 자침 깊이와 자침 방향에 대해 고찰하였다. 신경해부학적으로 족삼리에 대한 침 자극은 하지부 깊은종아리신경 자극에 해당한다. 이를 명확하게 자극하기 위해서, 앞정강근과 긴발가락폄근 사이로 침이 자입되어, 깊은종아리신경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자입하는 것을 제안한다. 경혈 정위와 취혈에 있어서 체표상의 2차원적인 접근이 아닌, 자침 깊이까지 고려하는 3차원적인 접근을 통해, 경혈의 위치에 대한 이해에 대한 오류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문헌에서의 기술과 신경해부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족삼리의 정위와 취혈 방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제안하였다. 추후 초음파 영상 등의 장비를 통해, 인체 내부의 구조물을 확인하며 경혈이 목표로 하는 신경해부학적 구조를 함께 파악하며 이해하는 연구가 추가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None.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Korea Institute of Oriental Medicine (KSN1812181), Bio&Medical Technology Development Program of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NRF) funded by the Korean government (MSIT) (No. RS-2023-00262398), and Institute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Planning and Evaluation (IITP)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rnment (MSIT) [No. RS-2022-00155911, Artificial Intelligence Convergence Innovation Human Resources Development (Kyung Hee University)].
The authors can provide upon reasonable request.
저자들은 아무런 이해 상충이 없음을 밝힌다.
(2)『침구경험방』 三里二穴 銅曰在膝蓋下三寸䯒骨外廉兩筋間陷中이라하고 ○拔揮에 云膝蓋下三寸䯒外廉이니 自骨邊으로 橫量一寸하야 該的兩筋間陷中하야 以手按兩筋間이면 則足跗上太衝脉이 不動으로 是可驗矣라하거늘 而俗이 徒取䯒外廉陷中하고 不察其在兩筋間陷中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