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적 건강의 개념에는 질병의 유무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건강 관리 및 미병(未病)의 진단 및 치료, 즉 예방의학적인 특성이 내포되어 있다. 미병이란 ‘질병은 아니지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이상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겪거나 검사상 경계역의 이상소견을 보이는 상태’로1), 미병의 주요 증상으로는 피로, 통증, 수면 이상, 소화불량, 정서 이상(불안, 분노, 우울 등)2)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질병이 없거나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병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미리 한의학적 관리를 통해 해소해 줄 수 있다면 질병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평균 수명의 연장과 생활 방식의 변화 등으로 특별한 질병이 없는 건강한 성인의 경우에도 피로3), 통증4), 수면5) 이상 등을 보고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증상은 주로 환자의 주관적인 호소에 의해서 의사에게 보고되는데, 만약 의학적 검진을 통해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병을 범주화하고 미병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객관적 측정 및 진단 도구 개발이 필요하다.
미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피로의 경우 심박변이도 측정을 통해 진단하는 방법이 제시되었고6,7) 스트레스의 경우 salivary cortisol8)과 alpha-amylase9) 등을 이용해 측정하는 것이 제안되었다. 한의학적 진단에서는 소화 상태, 피로와 스트레스, 신체의 통증 등을 이용하여 미병을 진단할 수 있는데 이때에는 망문문절(望聞問切)이라는 전통 한의 진단 방식과 한의 진단 의료기기를 이용한다. 망문문절 중 맥진은 요골 동맥의 박동을 다양한 압력으로 눌러(切) 혈액의 흐름에 따른 맥상을 추출하여 환자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얻는 전통적인 한의학 진단 방법 중 하나이다. 최근 개발된 3D 맥영상 진단기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에 적용되는 등 앞으로 이용 가치가 높은 한의 진단 기기로, 최근에는 측정 방식의 고도화, 맥상의 과학화10)와 함께 맥진 지수의 임상 유용성을 평가하는11) 등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한의사의 맥진과 맥진기의 맥상 판별 결과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한의사의 진단과 맥진기의 판별 결과가 일치하는 정확도는 약 45∼80% 사이였으며12), 최근 맥진기와 설진기 등을 이용하여 한의사가 비대면으로 변증한 것과 대면으로 변증한 것의 상관성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0.4∼0.5 사이의 일치도를 보였다13). 이를 통해 한의 변증 진단에 맥진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기의 성능 개선과 관련 연구가 더욱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본 연구는 과거 미병 연구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미병을 진단하는 데 있어 한의학적 진료의 의의를 설문지와 맥진이라는 객관적 지표를 이용하여 검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미병 상태에 대한 판별 기준을 수면, 피로, 소화, 스트레스의 측면에서 조사하고 한의사의 진단과의 관계성을 파악했다. 본 연구를 통해 복합적인 한의학적 진단 요소 간의 관계성을 파악하고, 설문지와 맥진기의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하여 향후 미병에 대한 한방 진단 연구의 방향성에 대해 제시하고자 한다.
1) 참여자 모집 기간 및 방법: 참여자는 경희대학교의 온라인 커뮤니티 및 교내 홍보 포스터를 이용하여 모집했다. 전화 및 이메일을 통해 선정 및 제외 기준을 확인하고 연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은 후, 연구 참여에 동의한 참여자들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경혈학교실에 방문했다. 본 실험에서 수집할 데이터의 정확도를 위해, 참여자에게는 본인의 실험 참여 전날부터 과식, 과음 및 과도한 활동은 삼가도록 했다.
본 연구는 경희대학교 임상시험 심의위원회(Kyung Hee University Institutional Review Boards)에서 승인받았으며(KHSIRB-22-058) 2022년 8월 8일 Clinical Research Information Service에 등록했다(등록번호: KCT0007655). 참여자의 선정 및 제외 기준은 아래와 같다.
2) 선정기준: 만 19세 이상 40세 이하의 건강한 성인 남녀
3) 제외기준: 심혈관 장애, 감염성 질환, 당뇨 질환, 통증성 질환, 신경학적 질환, 정신의학적 질환, 부인과 질환 등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실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맥진기 측정 부위에 피부 질환 및 감각 이상이 있는 경우, 해당 연구실 소속인 연구책임자 및 연구자와 관련된 학생, 연구원 및 수업을 듣는 학생
본 실험은 설문지 작성, 한의사의 건강 상태 진단, 그리고 맥진기 측정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1) 건강 관련 설문지: 본 실험에서는 한의학적 진단 관련 설문지, 감정 및 정서 설문지, 건강 및 삶의 질과 관련된 수면, 스트레스, 피로 관련 설문지를 이용하여 참여자들의 건강 상태를 다각도로 평가했다. 이 중 한의진단 관련 설문지로는 한방건강진단 프로그램14), 한열 설문지15), 허실 설문지16), 담음 설문지17), 어혈 설문지18), 식적 설문지19), 오장변증 설문지20) 등을 활용했다. 감정 및 정서와 관련된 설문으로는 한국어판 State-Trait Anxiety Inventory21), Beck Depression Inventory22), Positive and Negative Affect Scale23) 등이 사용되었다. 신체적인 문제 및 삶의 질과 관련된 한국어판 Fatigue Severity Scale24), 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25), Stress Response Inventory26), 36-Item Short Form (SF-36) 설문27), 그리고 EuroQol-5D (EQ-5D)28) 등 총 16개의 건강 관련 설문지를 사용했다.
상기 설문지 작성 후 한의사 1인(내과 전공의 과정 수료)이 참여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진단한 이후에(‘2) 한의사의 건강 진단’에서 상세 설명), 한의사의 판단에 따라 소화불량 혹은 통증을 호소하는 참여자에게 한국어판 Nepean Dyspepsia Index29), short form McGill Pain Questionnaire30), PainDETECT31), 그리고 Oswestry low back pain disability index32) 설문지를 추가로 작성하도록 했다.
2) 한의사의 건강 진단: 본 실험에 참여한 참여자는 모두 과거력 및 현병력이 없는 건강인으로, 개인의 변증 및 체질 진단을 위하여 소증(素症) 및 평소 생활 습관과 관련된 사항을 문진했으며, 맥진, 설진 및 복진을 수행했다. 해당 과정에는 5년 임상 경력의 한의사 1인(내과 전공의 과정 수료)이 참여했다.
문진 내용에는 참여자의 소증, 소증 발생 시기, 현병력, 과거력, 가족력, 음주력, 흡연력, 안면 색택(色澤), 식사와 소화, 한열, 음수(飮水), 수면습관, 땀, 대/소변, 신체 통증 부위 및 양상, (여성 참여자의 경우) 부인과 관련 항목 등이 포함되었다. 복진의 경우 환자가 통증 혹은 불편감을 호소하는 부위 및 기타 부위에 한의사가 가벼운 압력을 가하여 한의사의 손 끝에서 느껴지는 경결 부위와 참여자가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를 기록했다. 설진은 일정한 조명 아래에서 참여자에게 혀를 최대한 끝까지 내밀게 지시한 후, 혀의 대소(大小), 설질(舌質)의 색깔, 설태(舌苔)의 두께 및 색깔, 치흔 여부를 관찰했다. 맥진의 경우 참여자의 양측 요골 동맥 박동처를 짚어 맥의 유∙무력(有∙無力), 부침(浮沈), 지삭(遲數), 활삽(滑澁) 여부를 확인했으며, 필요한 경우 이외의 맥상도 추가로 기록했다. 유∙무력맥은 한의사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박동의 세기로 판단했으며, 부∙침맥은 한의사가 맥의 박동을 느끼는 손끝의 압박 깊이로 판단했다. 지∙삭맥은 박동의 빠르기로 판단했으며, 활∙삽맥은 한의사가 손끝에서 느끼는 맥박의 원활도로 확인했다. 맥상의 판단은 각 참여자마다 주관적으로 수행했으며, 객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상기 진단 과정을 마친 후 한의사는 환자의 오장 및 팔강변증을 바탕으로 변증을 수행했다. 실증 혹은 허증의 경우 참여자의 체형, 목소리의 유∙무력, 소화기능의 상태, 소증의 강도, 소증 발생 시기의 급∙만성 여부, 맥의 유∙무력 등으로 진단했다. 참여자의 담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소화불량 증상, 참여자가 평소 느끼는 피로도 및 몸의 무거움, 분식 과다 섭취, 설태의 두터움, 설질의 치흔 등이었다. 어혈의 판단 기준은 신체 통증, 설질의 색상, (여성의 경우) 월경혈의 혈괴 등이었으며, 식적의 판단 기준은 소화불량 증상, 평소 과식 혹은 급한 식사, 트림 등의 증상, 복진 시 명치부의 경결 및 통증 등이었다. 간(肝)의 병증은 정신적 스트레스, 피로감 및 예민함의 정도 등을 위주로, 심(心)의 병증은 참여자의 안면과 설질의 색택, 심적 피로 등을 위주로, 비(脾)의 병증은 소화기능의 저하, 피로도 및 몸의 무거움, 안면 색택 등을 위주로, 폐(肺)의 병증은 안면 색택, 단식(短息), 호흡기 알러지 증상의 유무 등을 위주로, 신(腎)의 병증은 소변의 청탁, 만성적 피로감 혹은 신체 무력의 만성화 등을 위주로 판단했다.
3) 맥진기 및 기타 생체 정보: 본 실험에서는 혈압계, 체성분 분석기, 맥진기를 이용해 생체 정보를 측정했다. 모든 참여자의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은 바르게 앉은 자세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우측 상완에서 측정했다. 체성분 분석기(InBody Dial H20B, InBody, 대한민국)를 이용해 참여자의 골격근량, 체지방률 및 내장지방 레벨 등을 측정했다. 또한 맥진기(DMP-LIFE PLUS, 대요메디, 대한민국)를 이용해 모든 참여자의 양측 손목의 맥파를 측정하여 맥의 유무력, 부침, 지삭, 활삽 정보를 수집했다. 맥파 측정 중에 참여자는 정와위 상태로 약 5분간 편안히 휴식했다.
본 연구에서는 MATLAB (R2022a, The MathWorks Inc, 미국) 및 R Studio 4.0.5 (http://www.rstudio.com/)를 활용하여 수집된 변수 간의 관련성 및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참여자의 규모 및 정규 분포 여부를 확인하여(Shapiro-Wilk 검정) 생체지표 및 건강 관련 설문지 결과 등에 대해서는 Spearman’s correlation test를 진행했고, 한의사의 진단결과와 건강 설문지 간의 유의성 확인을 위해 한의사의 진단 별 설문지 값의
본 실험에 참여한 사람은 총 41명이었다. 이 중 정상 수치 이상의 우울증 수치를 보인 참여자 1명(남자, 24세, Beck Depression Inventory 25점)을 제외한 40명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분석을 시행했다. 총 40명 중 19명은 남성(나이 평균 및 표준편차 25.26± 2.61), 21명은 여성(22.62±1.62세)으로 구성되었다(Table 1).
한의사의 망문문절을 통한 진단뿐만 아니라 수치화된 진단 결과를 확보하고 두 요소를 비교하기 위해, 건강 관련 설문지 결과 분석을 진행하였다. 건강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지 중, 한방건강진단프로그램 설문지로 특정 변증이 확인된 참여자는 없었다. 한열설문지 및 허실설문지는 각 참여자 당 두 항목 중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값을 변증 결과값으로 처리하며, 해당 기준으로 한열설문지를 통해 한증을 진단받은 참여자는 14명, 열증을 진단받은 참여자는 25명이었으며, 허실설문지를 통해 허증을 진단받은 참여자는 24명, 실증을 진단받은 참여자는 14명이었다. 한열설문지 중 한증 설문지 점수는(이하 모든 설문지 점수는 평균±표준편차로 표기) 25.43±10.45점, 열증 설문지 점수는 34.23±12.70점이었으며, 허증 설문지 점수는 18.1±9.96점, 실증 설문지 점수는 14.31± 6.00점이었다. 오장변증설문지는 각 참여자 당 다섯 항목 중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값을 오장변증 결과값으로 처리하는데, 간장변증 점수는 15.20±4.69점, 심장변증 점수는 17.26±6.20점, 비장변증 점수는 17.10±6.41점, 폐장변증 점수는 15.85±4.15점, 신장변증 점수는 15.30±4.28점이었다. 담음설문지 점수는 28.73±11.78점, 어혈설문지 점수는 31.09±6.86점, 식적설문지 점수는 39.46± 14.45점이었다.
SF-36 설문은 9가지의 하위항목 별로 점수가 도출되는데, 육체적 기능 항목 점수는 90.25±17.46점, 육체적 역할 제한 항목 점수는 90.47±18.27점, 정신적 역할 제한 항목 점수는 86.67± 21.31점, 에너지/피로 항목 점수는 55.94±19.96점, 감정 웰빙 항목 점수는 75.13±13.99점, 사회적 기능 항목 점수는 86.88± 13.96점, 통증 항목 점수는 81.73±24.17점, 전반적 건강 상태 항목 점수는 66.00±20.92점, 건강 변화 항목 점수는 57.69±22.75점이었다. 삶의 질을 평가하는 EQ-5D 설문의 점수는 0.98±0.04점이었으며, 점수가 1점에 가까울수록 해당 피험자의 삶의 질은 양호함을 의미한다.
특성불안척도 점수는 37.08±6.45점, 상태불안척도 점수는 36.67±8.91점으로, 설문지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따랐을 때(특성불안척도 설문점수 54점, 상태불안척도 설문점수 52점 이상) 불안 수준이 유의하게 높은 참여자는 없었다. 우울설문지의 점수는 4.2±3.4였으며, 정적 정서 및 부적 정서 척도 중 정적 정서 척도의 점수는 28.68±7.74점이었고 부적 정서 척도의 점수는 13.25± 3.37점이었다. 여성 연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생리통 설문지의 점수는 126.73±108.42점이었다. 피로설문지의 점수는 3.48±1.24점으로, 설문지 기준 상 피로 수준이 유의하게 높은 참여자는 19명이었다(설문 점수 4점 이상 19명; 피로 설문지 점수 4.58±0.82). 수면설문지 점수는 5.63±2.33점으로, 설문지 기준 상 수면의 질이 불량한 참여자는 총 26명이었다(설문 점수 5점 이상 26명; 수면의 질 설문 점수 6.96±1.68). 스트레스 반응 척도 설문의 점수는 60.2±17.24점으로, 설문지 기준 상 마음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참여자는 27명이었으며(설문 점수 51점 이상 27명; 스트레스 설문 점수 67.96±15.77), 이 중 스트레스 수준이 유의하게 높은 참여자는 5명이었다(설문 점수 81점 이상 5명; 스트레스 설문 점수 96.60±11.36).
본 실험에 참가한 참여자 중 16명이 응답한 소화불량 설문지의 점수는 28.5±17.61점으로, 설문지 기준 점수보다 높게 나온 참여자는 4명이었다(설문 점수 44점 이상 4명; 소화불량 설문지 점수 49.25±2.28). 전체 참여자 중 2명이 응답한 맥길 통증 설문지의 점수는 5.50±3.50점이었다. 전체 참여자 중 2명이 응답한 PainDETECT설문지의 점수는 3.00±1.00점이었다. 전체 참여자 중 7명이 응답한 요통 설문지의 점수는 14.29±8.91점으로, 이 중 5명이 미약한 기능 저하(설문 점수 20점 이하 5명; 요통 설문지 점수 9.20±4.12), 2명이 중등도의 기능 저하(설문 점수 21점 이상 40점 미만 2명; 요통 설문지 점수 27.00±3.00점)를 보였다(Table 2).
본 연구에서는 연구자들이 선정한 일부 설문지 지표 간의 상관성을 분석하여 수치화된 건강 지표 간의 객관적 상관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우울 설문지는 감정 및 정서와 관련된 타 설문지 중 특성불안척도 설문(Bonferroni corrected
신체적인 문제 및 삶의 질과 관련된 설문 중 EQ-5D 설문과 피로 설문지 간 유의한 관계는 보이지 않았으며(Bonferroni cor-rected
한의사의 진단 및 변증은 망문문절을 통하여 진행되므로, 객관적인 요소와 주관적인 요소가 복합되어 나타난다. 이 중 일부 변수를 수치화된 설문지 결과와 비교하여 그 상관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한의사에 의해 허증으로 진단된 사람은 28명, 실증으로 진단된 사람은 5명이었다. 한증의 경우 20명, 열증의 경우 10명이었으며 담음이 있는 사람은 29명, 어혈은 12명, 식적은 15명의 피험자가 진단되었다. 한의사의 진단 결과와 관련 건강 설문지 간의 관련성조사를 위해
한편, 허증 및 실증의 진단과 미병의 주요 증상 중 수면 및 피로와의 관련성을 조사하였을 때, 허증으로 진단한 참여자군(n=28)과 허증으로 진단하지 않은 참여자군(n=12) 간의 수면설문지 및 피로설문지의 점수 차는 유의하지 않았다(각 Bonferroni corrected
한의사의 맥진은 한의사의 손끝에서 느끼는 환자의 맥상을 주관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으로, 맥진기의 맥파 분석 결과와의 비교를 통해 일치도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한의사가 맥진을 한 결과에서는 환자의 오른손과 왼손의 진단이 모두 일치했다. 유무력의 경우 14명이 평맥, 17명이 무력, 9명이 유력한 맥으로 진단되었다. 부침의 경우 1명이 평맥, 7명이 부맥, 32명이 침맥으로 진단되었다. 지삭의 경우 21명이 평맥, 9명이 삭맥, 10명이 지맥으로 진단되었다.
맥진기로 맥진을 시행한 결과에서는 환자의 오른손과 왼손의 진단이 상이했다. 오른손과 왼손의 진단을 종합한 결과, 유력맥이 35건, 무력맥이 18건, 평맥이 22건이었다. 부침맥의 경우 침맥이 32건, 부맥이 4건이었으며, 평맥이 39건이었다. 지삭의 경우 삭맥으로 진단된 경우는 없었고 지맥이 29건, 평맥이 46건이었다. 활삽의 경우, 64건이 평맥이었고 7건이 삽맥, 4건이 활맥이었다.
맥진기로 맥진을 한 결과 유무력의 경우 오른손이 평맥으로 진단된 12명 중 왼손에서는 3명만이 평맥으로 진단되었고, 5명이 무력, 2명이 유력으로 진단되었다. 오른손이 무력맥으로 진단된 6명 중에서 왼손에서는 1명이 평맥, 3명이 무력맥, 1명이 유력맥으로 진단되었다. 오른손이 유력맥으로 진단된 21명의 경우, 왼손에서는 11명이 유력맥으로 진단되었고, 6명이 평맥, 3명이 무력맥으로 진단되었다. 맥진기로 유무력맥을 진단한 경우 오른손과 왼손의 진단 일치도는 43.59%였으며, 한의사의 맥진과의 진단 일치도는 오른손의 경우 30.77%, 왼손의 경우 44.44%였다.
맥진기에 의한 부침맥 맥진의 경우, 오른손에서 19명이 평맥으로 진단되었으며 이 중 왼손에서는 13명이 평맥으로, 4명이 침맥으로 진단되었다. 오른손에서 부맥으로 진단된 3명 중 2명이 왼손맥에서는 침맥으로 진단되었으며, 오른손에서 침맥으로 진단된 17명 중 9명이 왼손에서도 침맥으로, 1명이 부맥으로, 5명이 평맥으로 진단되었다. 오른손과 왼손의 진단 일치도는 62.86%였으며, 한의사의 맥진과의 진단 일치도는 오른손의 경우 41.03%, 왼손의 경우 36.11%였다.
맥진기에 의한 지삭맥 맥진의 경우, 오른손에서 25명이 평맥으로 진단되었으며 이 중 왼손에서는 19명이 평맥으로, 2명이 지맥으로 진단되었다. 오른손에서 지맥으로 진단된 14명 중 13명이 왼손맥에서도 지맥으로 진단되었으며, 삭맥으로 진단된 경우는 없었다. 지삭맥의 경우 오른손과 왼손의 진단 일치도는 91.43%였으며, 한의사의 맥진과의 진단 일치도는 오른손의 경우 46.15%, 왼손의 경우 38.89%였다.
맥진기에 의한 활삽맥 맥진의 경우, 오른손에서 34명이 평맥으로 진단되었으며 이 중 왼손에서는 25명이 평맥으로, 5명이 삽맥, 1명이 활맥으로 진단되었다. 오른손에서 부맥으로 진단된 3명 중 2명이 왼손맥에서는 침맥으로 진단되었으며, 오른손에서 삭맥으로 진단된 2명과 활맥으로 진단된 3명은 왼손에서는 모두 평맥으로 진단되었다. 오른손과 왼손의 진단 일치도는 71.43%였으며, 한의사의 맥진과의 진단 일치도는 오른손의 경우 51.28%, 왼손의 경우 47.22%였다(Supplementary 1).
본 연구를 통해 건강인을 대상으로 미병의 증상과 복합적인 한방 진단 체계 내 다수 요소 간의 관련성과 상관성 여부에 대해 분석했다. 건강인 40명 중 설문지에 의해 담음증으로 분류된 경우는 1건이었으며, 피로, 수면, 스트레스, 소화 문제를 보이는 참여자는 각각 19명, 26명, 27명, 4명으로 건강인 중에서도 많은 피험자가 미병의 증상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반면 통증을 호소하는 건강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수의 건강인들이 미병 증상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진단하기 위한 한의사의 맥진과 맥진기의 맥진 결과의 일치도가 매우 낮았다. 이는 향후 한의사의 주관적인 맥진을 객관적으로 표준화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문지 중에서는 특성불안척도 설문과 우울설문지 및 스트레스 반응 척도 간의 유의한 상관성이 확인되었다. 또한 한의사가 담음증으로 진단한 참여자군에서 담음 설문지의 점수가 유의미하게 높게 관찰되었는데, 이는 타 변증 유형에서 한의사의 진단에 따른 군 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은 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이는 담음설문지가 한의사의 담음 진단을 반영하는 임상적 유효성이 높은 설문지일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설문지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향후 연구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방 진단 설문지의 경우 건강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 특정 변증이 나타나는 경우나 항목 간의 유의한 상관성을 보이는 경우는 관찰되지 않았다. 각 설문지에 대한 개별적인 신뢰도 및 타당도 분석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데, 한의 진단의 특성을 반영하여 향후 한의사의 변증진단과 일치도가 높은 설문지의 개발과 타 설문지 간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본 연구의 한의사의 진단 과정에서, 한의사가 허증으로 진단을 내린 참여자에 비해(n=28) 실증으로 진단을 내린 참여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n=5). 실제로 참여자 문진 시 실증과 허증이 겸한 케이스가 많았는데, 표실본허(標實本虛)로 판단된 경우 허증으로 변증했다. 허실설문지 중 실증 설문 문항을 살펴보면 어혈증 혹은 식적증과 관련된 문항이 다수 포함되는데, 표증으로 드러나는 증상과 달리 참여자의 변증은 기허 혹은 비허로 진단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로 인해 허증과 실증으로 각각 진단된 참여자 수의 편중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허실 설문지의 경우 일부에서는 한의사의 진단과의 유의성이 보인 반면, 한열 설문지의 경우에는 한증과 열증에 대한 진단과 모두 유의성이 없는 것으로 결과가 도출되었다. 이는 본 실험에 참여한 참여자들이 질환력이 없고 연령이 낮아 한열 편중이 없는 것으로 진단을 내린 케이스가 포함되었으며(n=10), 실제 참여자들이 응답한 한증 항목과 열증 항목의 점수 차이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총 40명으로 규모가 작아, 이로 인해 통계 분석 시 충분한 인원이 확보가 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진단 과정에 한의사가 1명만 참여했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다방면의 참여자 진단 데이터 수집을 시도한 것에 의의가 있으며, 향후 한방 임상에서의 대규모 관찰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한방 임상에서 미병 환자들 혹은 젊은 연령대의 건강인에 대해 스트레스 관리, 피로 관리 등의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대규모의 참여자들에 대해 다양한 진단 도구를 이용한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None.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the Institute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Planning and Evaluation (IITP)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rnment (MSIT) [No. RS-2022-00155911, Artificial Intelligence Convergence Innovation Human Resources Development (Kyung Hee University)].
The authors can provide upon reasonable request.
저자들은 아무런 이해 상충이 없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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