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족삼리(ST36)는 족양명위경의 합토혈로, 소화기계통 질환 및 원기(元氣)가 부족하여 나타나는 허손(虛損) 질환, 중풍, 신경통, 하지관절염, 신경쇠약 및 히스테리, 두면부 제반 열증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데 자주 사용되는 경혈이다1). 이러한 광범위한 효능으로 인해 족삼리는 회양구침혈, 육부하합혈, 사총혈, 중풍칠처혈 등 다양한 임상상용혈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임상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질환에 대한 족삼리 자침의 효과 연구는 기초와 임상을 막론하고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침은 경혈에 호침을 자입한 후 약한 전류를 가해주는 침법으로, 물리적 자극과 전기적 자극을 동시에 가한다는 특징이 있다2). 전침이라는 용어는 프랑스의 침구사인 de la Fuye가 ‘electroacupuncture’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에서 기원하였으나3), 서양에서는 1960년대까지 전침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1971년에 미국인 기자 James Reston이 미국 닉슨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취재하던 중 전침 마취 상태에서 충수염 수술을 받은 경험을 뉴욕 타임즈에 게재하면서 서양에서 전침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4). 국내에서는 1972년에 전침을 이용한 침술마취가 충수염 수술에 최초로 사용되면서 전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였다5).
최근 족삼리 전침의 작용 기전이 다수 발표되고 있다. 족삼리 전침의 진통 효과에 아데노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Nature Neuroscience에 게재되었고6), 내장의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는 vagal-adrenal axis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Nature 및 Nature Neuroscience에 발표되었다7,8).
이렇듯 족삼리 전침 연구 결과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족삼리 전침 연구에 대한 현황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족삼리 전침 연구 논문 수, 적용 질환 등 국내 연구 동향을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최근 20여 년간 국내 학술지에 발표된 족삼리 전침 연구 논문을 수집하고 정리함으로써 국내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자 한다.
국내 학술지에 발표된 전침 연구를 확인하기 위하여 국내 학술정보 사이트인 한국학술정보(Korean Studies Information Service System, KISS; https://kiss.kstudy.com/), 한국학술지인용색인(Korea Citation Index, KCI; https://www.kci.go.kr/), 오아시스 전통의학 정보포털(Oriental Medicine Advanced Searching Integrated System, OASIS; https://oasis.kiom.re.kr/)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고, 검색어로 “족삼리”, “足三里”, “ST36”과 “전침”을 동시에 입력하여 검색된 자료를 모두 수집하였다. 검색된 자료 중 2000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일차로 정리하였고, 이들 중 실험 논문의 경우 생체의 족삼리에 전침을 시술하였다는 것이 명확히 기술되어 있고, 종설논문(review) 및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 논문의 경우 족삼리 전침을 대상으로 하였다는 것이 명확히 기술되어 있는 경우 본 연구에 포함시켰다. 중복 검색된 논문, 같은 논문이 다른 학술지에 중복 게재된 경우, 연구 내용이 족삼리 전침과 관련 없는 경우, 임상연구 프로토콜 논문, 학회 프로시딩, 연구보고서 등 비논문 자료, 학위논문은 본 연구에서 제외시켰다. 국제 학술지 발간 동향을 국내 학술지 발간 동향과 비교하기 위하여 대표적인 국제 의학계열 학술지 검색 사이트인 Pubmed (https://https://pubmed.ncbi.nlm.nih.gov/)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고, 검색 기간은 2000년부터 2021년까지로 설정한 후 검색어로 “ST36”과 “electroacupuncture”를 동시에 입력하여 검색된 년도별 전침 논문 수를 수집하였다.
자료는 Röhrig 등이 제시한 의학 연구 분류법을 바탕으로 기초 연구(basic research), 임상 연구(clinical research), 종설(review)로 분류하였고9), 발행 연도, 연구 기관,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 관련 질환을 기준으로 추가로 분석하였으며, 학술지의 명칭이 바뀐 경우는 현재 발행되는 명칭으로 통일하였다. 족삼리 전침 논문의 주제는 세계보건기구의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10 및 이를 바탕으로 제정된 제7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기준으로 하였으며10), 정상인 및 정상동물에 족삼리 전침 자극을 실시한 경우 측정 지표와 가장 가까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항목에 배속하였다.
학술정보 사이트 검색 결과 KISS에서 129편, KCI에서 37편, OASIS에서 34편의 논문이 검색되었으며, 중복 검색된 논문과 학위논문 및 학회 프로시딩을 제외하면 KISS에서 69편, KCI에서 26편, OASIS에서 20편의 논문이 확인되었다. 이들을 종합한 후 중복된 논문을 제외하면 70편의 논문이 남았으며, 제외 기준에 따라 전침과 관련없는 논문 3편과 예비 임상연구 프로토콜 논문 1편을 제외한 결과 총 66편의 논문이 선정되어 본 연구에 사용되었다. 족삼리 전침 논문을 연도별로 분석해보면 2000년에 1편이었던 논문이 2007년 8편까지 증가하였으며, 2011년 7편이 발표된 이후 2012년 부터는 그 수가 급감하여 매년 3편 이하의 논문만 발표되고 있다(Fig. 1A). 반면 전 세계적으로는 2000년도부터 족삼리 전침 연구가 꾸준히 증가하여 2021년에는 Pubmed에서 87편의 논문이 발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1B).
족삼리 전침 연구 분야를 분석한 결과 기초 연구는 51편(77%), 임상 연구는 12편(18%), systematic review를 포함한 종설은 3편(5%)이었다(Fig. 2A). 연구 대상은 쥐(rat) 47편(71%), 사람 14편(21%), 개(dog) 2편(3%), 문헌 3편(5%)순으로 나타났다(Fig. 2B). 족삼리 전침 논문의 연구 주제를 조사한 결과 소화계통의 질환 16편(24%), 근골격계통 및 결합조직의 질환 13편(19%), 손상, 중독 및 외인에 의한 특정 기타 결과 10편(15%), 신경계통의 질환 6편(9%), 내분비선, 영양 및 대사 질환 4편(6%), 혈액 및 조혈기관의 질환과 면역메커니즘을 침범한 특정장애 3편(5%), 정신 및 행동장애 3편(5%), 순환계통의 질환 3편(5%), 나머지 주제 8편(12%)으로 나타났다(Table 1).
총 66개의 족삼리 전침 논문 중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한 기관은 경희대학교로 총 21편을 발표하였으며, 다음으로 원광대학교 13편, 세명대학교 5편, 대전대학교, 동신대학교, 나사렛대학교, 부산대학교 각 4편, 기타 기관에서 11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Table 2).
가장 많은 족삼리 전침 연구를 게재한 학술지는 대한침구의학회지로 총 29편(44%)이 게재되었으며, 다음으로 경락경혈학회지 13편(19%), 동의생리병리학회지 9편(14%), 대한한방내과학회지 5편(8%), 대한물리치료학회지 4편(6%), 기타 학술지에 6편(9%)의 논문이 게재되었다(Table 3).
본 연구를 통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학술지에 발표된 족삼리 전침 논문의 수는 총 66편임을 확인하였다. 연도별 족삼리 전침 논문의 수를 살펴보면 2000년과 2001년에는 1편씩 발표되었지만 2002년 5편으로 급증하고 2007년 8편까지 증가하였으며, 2011년 7편이 발표된 이후 2012년부터는 매년 3편 이하의 논문만 발표되고 있다. 2007년까지 논문이 꾸준히 증가하고 2011년까지 유지된 이유는 한의계 연구비의 증가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5). 실제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부터 2005년까지 정부가 지원한 한의계 연구비는 938억원인 반면, 2010년 한해에만 609억원을 지원받을 정도로 2000년대에 들어와 한의계 연구비가 급증했다11), 이러한 연구비 증가로 인해 한의계 연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족삼리 전침 연구 논문의 수 또한 2007년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2011년까지 유지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2012년 이후에는 국내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의 수가 급감을 하여 2016년과 2020년에는 한 편도 없었는데, 이는 전세계적으로 발표되는 족삼리 전침 연구는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급증한 것과 매우 다른 양상이다. 일반적으로 연구논문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와 연구비가 필요한데, 연구의 중심이 되는 한의과대학 및 한의학전문대학원 전임교원 수는 2010년 475명에서 2020년 500명으로 오히려 증가하였고, 정부의 한의약분야 연구개발 투자는 2010년 609억원에서 2020년 1205억원으로 10년간 약 2배 증가하였다11,12). 따라서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족삼리 전침 연구 감소의 이유는 연구 자원의 문제로 보기는 어려우며, 국제학술지, 특히 SCI급 학술지를 우대하는 한국의 교육 및 연구 풍토 때문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면 중앙일보 대학 평가 기준이 2007년까지는 과학기술 교수당 국내 논문 게재수가 반영되었으나 2008년부터는 과학기술계 국내 논문은 평가지표에서 삭제되었고13), 각종 연구과제 선발에도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 여부가 평가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5). 실제로 국제학술지에 발표되는 국내 전침 논문의 수는 국내학술지에 발표되는 것과는 달리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 것을 볼 때5), 최근 10년 간 국내학술지에 족삼리 전침 연구가 감소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국내 연구자들이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권 등이 발표한 한국의 전침연구 동향에서는 기초 연구는 58%, 임상 연구는 31%인 반면5),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족삼리 전침 연구의 77%가 기초 연구였고, 임상 연구는 18%에 불과했다. 또한 연구 대상의 71%는 쥐였고, 임상연구는 전부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국내 족삼리 전침 연구가 쥐를 이용한 기초 연구 위주로 진행되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쥐는 실험동물로 널리 사용되는 동물 중 하나로, 번식이 용이하고 구입 및 관리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들며, 생쥐에 비해 크기에 비교적 쉽게 자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족삼리 전침 실험연구에 많이 사용된 것으로 사료된다.
연구 주제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기준으로 분류할 때 소화계통의 질환 24%, 근골격계통 및 결합조직의 질환 19%, 손상, 중독 및 외인에 의한 특정 기타 결과 14%였으며, 이 3개의 질환이 전체 연구의 59%를 차지하였다. 권 등에 의하면 한국에서 수행된 전침 논문의 주제는 신경 계통의 질병(25%), 근육과 연결 조직의 질병(20%), 전침의 작용 기전(16%), 소화 계통의 질병(11%) 순으로, 이 두 연구의 내용을 종합하면 전침 연구 전체를 기준으로 볼 때 족삼리 전침 연구는 소화 계통의 질병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신경 계통의 질병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족삼리가 족양명위경의 합토혈이고 소화기 질환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경혈 중 하나이기에, 소화기 관련된 연구에 널리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020년 한의의료기관 외래 20대 다빈도 상병 급여 현황에서 상위 10개 상병명이 모두 이 세 질환에 포함되었다는 점인데12), 이는 연구자들이 족삼리 전침 연구 주제를 선정할 때 임상에서의 비중도 고려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연구자들이 제목에 제시한 질환 및 주제를 살펴보면 관절염이 11건(17%)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통증 6건(9%), 소장운동 5건(8%), 말초신경손상 3건(5%), 스트레스 3건(5%), 중추신경손상 3건(5%) 순이었다. 하지만 관절염 연구의 경우 유발 부위, 유발 방법 등이 논문마다 다른 경우가 많았고, 통증 또한 편두통, 냉이질통 등 다양한 통증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등 질환 모델 및 환자가 매우 다양하였다. 이는 국내 족삼리 전침 연구가 작용기전 연구보다는 다양한 질환과 모델에 대한 족삼리의 효과를 연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학술지에 족삼리 전침 연구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된 기관은 경희대학교였으며, 그 다음은 원광대학교였다. 두 기관이 발표한 논문은 전체 논문 수의 52%를 차지할 정도로 두 기관의 연구가 가장 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희대학교와 원광대학교는 한의과대학을 가장 먼저 개설한 대학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전임교수를 확보한 대학이다11).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이 두 대학의 전침 연구 실적이 타 대학에 비해 많은 이유는 타 대학 대비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하였고, 전임교원의 수가 타 대학에 비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전침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구비뿐만 아니라 전임교원 등 안정적인 연구 인력의 확대가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족삼리 전침 연구가 가장 많이 발표된 국내 학술지는 대한침구의학회지였고, 다음은 경락경혈학회지, 동의생리병리학회지였으며, 이 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 전체의 77%를 차지하였는데, 이는 족삼리 전침 연구라는 특성 상 침구경락 관련 전문 학술지인 대한침구의학회지와 경락경혈학회지에 다수의 논문이 투고 및 게재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록 ‘족삼리’, ‘足三里’, ‘ST36’, ‘전침’, ‘electroacupuncture’ 등의 단어로 논문을 검색하였지만, 제목, 검색어, 초록에 이 단어가 포함되지 않았거나, 전침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침’, ‘acupuncture’ 등의 단어를 사용한 경우 검색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하기에,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모든 전침 연구가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 둘째, 본 연구는 국내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된 논문만을 연구 대상에 포함하였는데, 국내 족삼리 전침 연구를 좀 더 면빌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SCIE 및 Scopus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도 함께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내외 데이터베이스 자료 검색 및 분석을 통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족삼리 전침 연구를 조사한 결과,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총 66편이 발표되었으며, 2007년까지는 발표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2년 이후에 감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의 77%는 기초 연구였는데 대부분 쥐를 이용한 실험연구였고, 연구 주제는 소화계통의 질환, 근골격계통 및 결합조직의 질환, 손상, 중독 및 외인에 의한 특정 기타 결과 3개의 질환이 전체 연구의 59%를 차지하였다.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연구 기관은 경희대학교와 원광대학교였고, 논문을 가장 많이 출판한 학술지는 대한침구의학회지와 경락경혈학회지였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 국내 학술지에 발표된 족삼리 전침 연구는 한의의료기관에서 주로 다루는 질환을 주제로 쥐를 이용한 기초 실험연구를 수행하였다는 경향을 보였고, 교원 수가 많은 대학에서 침구 및 경락 관련 전문 학술지에 많은 논문을 투고 및 발표하였다는 특징이 존재한다. 또한, SCI급 학술지를 우대하는 상황으로 인해 국내 학술지에 발표된 족삼리 전침 연구 논문이 2012년 이후 많이 감소하였다는 특징이 있었는데, 이는 SCI급 학술지를 우대하는 국내 상황 때문으로 추정된다.
None.
This work was supported by a 2-Year Research Grant of Pusan National University.
The authors can provide upon reasonable request.
저자들은 아무런 이해 상충이 없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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